시집 7

유채꽃 광장의 증언.김현주 제3시집

#시집 ♧♤ 김현주 시인의 제3시집 『유채꽃 광장의 증언』이 출판사《문학아카데미》에서 2021년 8월 30일 출간되었다. 축하드리며 여기서는 세 편만 소개한다. 표지를 덮었다가 아무데나 열어 펼쳐도 어느 시 하나 여물지 않은 것이 없다. 2시집 『好好해줄게 』도 참 좋게 잘 읽었는데 이번엔 더 시적 내공이 단단해지고 사유가 깊어진 것을 느낀다. ♤♧ 비대면의 저쪽 / 김현주 선과 악이 서로 낯을 가리듯 서로의 얼굴을 가린 대문 앞, 택배아저씨가 기척도 없이 물건을 던지고 유령처럼 사라진다 너무나 조용하여 다 읽지 못한 적막의 숨소리 휴지기에 들어간 성소는 지금 침묵을 번식 중이다 혓속에 갇힌 태초의 구음口音들 사랑이란 말들이 농밀하게 담겼을 입술을 가리고 사제들도 지저귀는 것이나 떠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시집 2022.03.10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김네잎

#시집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김네잎 ♤♧ 몸과 몸은 간극이 필요하다 잠시 부둥켜안는 건 서로의 가장 깊은 호흡을 가늠해보는 겨를 공격과 방어의 격돌에는 공시성을 갖는다 링의 로프를 등지고 이곳은 난간과 난간이 만나는 지점 은신처가 될 수 없는 벼랑 쏟아지는 잽, 잽, 잽 달아나는 스탭, 스탭, 스탭 주먹을 펴도 주먹인데 코치는 날린 주먹을 되돌아오게 하려면 손의 힘을 빼라고 한다 울지 못해서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못해서 주먹을 쥐고 달아났다 달아나는 반경까지 왜 하필 점점 좁아졌던 걸까 사각死角 밖으로 벗어나 본 적 없다는 말을 너무 빨리 이해한다 3분만 반복해서 버티면 된다 부러지지 않게 파열되지 않게 정면이 계속 나를 고집하니 훅, 치고 빠지면서 살짝 틈을 보여준다 틈을 안고 자라난 ..

시집 2022.03.08

펜로즈 계단 ㅡ최우서 첫 시집

♤♧ 목련꽃 언어 / 최우서 활짝 핀 꽃을 올려다보았다 나를 외면하는 꽃봉오리 불안을 다시 보았다 단단히 봉인된 내가 자고 있었다 사이사이 햇볕이 드나들고 그가 몇 번을 다녀갔는지 푸른 날 눈부신 언어로 만나자던 약속은 지워지고 하얗게 바랜 마음만 남아 피었다 그가 보지 못한 꽃들의 수화가 뚝 뚝 떨어져 내렸다 목련꽃 언어들의 말이 공중에 있었다 ♤♧ 견딘다는 것 / 최우서 풀은 바람에 맞서지 않는다 고개 숙이고 등 굽히는 자세로 견딘다 세상이 푸르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꺾이지 않는 눈물방울도 견디기 위해 흘린다 ♤♧ 시인의 말 아직 시의 근육이 부풀지 않았다 언어의 몸이 닿지 않던 그곳이 뭉클해지면 경계 없는 계단을 돌아 나온 불가능이 사라진 새벽이었다 그렇게 울음들이 맺혀진 문장들이 모였다 ㅡ《펜로..

시집 2021.10.18

《두 번째 농담 》문정영 시집

♤♧시집 소개 《두 번째 농담》 문정영 시집, 시산맥시혼시인선 014 2021년 6월 30일 출간 문정영 시인의 시집 《두 번째 농담》을 다시 펼쳐본다. 출간 당시에 읽고 기존의 시와 확 달라져서 저으기 놀랐는데 어영부영하는 사이 여기저기서 소개를 하는 바람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제 그 바람이 어느 정도 지나갔으니 혼자서 뒷북을 쳐본다.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고 AI와 첨단 소재들을 소재로 한 시, 앞서가는 시여서 새롭고 신선했다. 그러면서도 시어는 젊어지고 세련되었다. 시인의 말이 퍽 인상깊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읽으면 바로 시집의 성격을 알아챌 수 있다. 시인은 참 바른 사람, 고운 말을 쓰는 사람, 누구나 할 것 없이 인격적으로 대하는 사람,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

시집 2021.09.04

조경선 시인의《개가 물어뜯은 시집》

♤♧ 안성의 칠현산방 주인 조경선 시인의 제2시집 《개가 물어뜯은 시집》이 [달아실]에서 출간되었다. 제1시집 《목력》이 시조를 담았다면 이번 시집은 자유시로 채워졌다. 나무 시인 조경선은 주로 나무와 노동을 통한 생활서정시를 쓴다. 나무는 그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나무에서 특별한 사유를 이끌어내고 그만의 상상력으로 나무의 말과 생각, 표정을 꼼꼼히 받아적는다. 나무의 본질, 나무의 성격, 나무와 사람, 나무의 수사학이 궁금하면 이 시집을 읽으시길 권한다. 독자는 시집 1부 첫장에 있는 에 다듬어지고 에 데이다가 의 만수위에 빠지고 만다. 맨 마지막 장에 놓인 는 전문이 '어.머.니.' 단 세 글자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무에 들었다가 나무의 마음으로 나무의 경전을 읽으며 지나오는 시가..

시집 2021.04.26

나의 무한한 혁명-김선우 시집

김선우라고 하는 예쁜 시인의 시를 봤습니다.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여성시를 쓰는 시인의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공감이 가더라구요. 마침 아침 신문에 나온 그녀의 새 詩집 기사가 마음에 들어 올려 봅니다. 정강현 기자의 문학사이 ⑨ 김선우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중앙일보] 입력 2012.03.30 00 오래도록 여餘에 속했던 여女를 위하여 김선우 시인의 일은 다른 이의 마음을 쓰다듬는 것. 그러나 수십 편의 시를 읽어도 끝내 추스를 수 없는 마음도 있지. 그런 적 있었지. 내 마음을 내가 해명할 수 없는 그런 때. 언어가 겨우 감당할 수 있는 표현은 ‘쓸쓸하다’ 정도겠지. 그런데 이 ‘쓸쓸하다’는 내 마음 상태를 온전히 증언하는 걸까. 착각이었지. ‘쓸쓸하다’는 마음 상태를 증언하는 형용사가 아니었..

시집 2012.03.30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도종환 새 시집

부드러움과 강직함 속에 녹아드는 맑고 투명한 언어로 세상을 감싸안으며 전통적인 서정시의 진경을 펼쳐온 도종환 시인의 열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예와 다름없이 삶에 대한 성찰과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들을 일치시키는 시인의 타고난 영성(靈性)”( 고은 시인)이 지나오는 동안 폭과 깊이를 더하여 메마른 가슴과 고단한 몸을 적시는 단비가 되어 흘러내린다. 도종환의 시는 사랑과 연민에 뿌리를 둔 희망의 노래이다. 가난과 외로움으로 얼어붙은 “빙하기로 시작한 어린 날”(「빙하기」)로부터 “흥건한 울음”이 넘치던 “생의 굽이 많은 시간” (「귀뚜라미」)을 지나온 시인..

시집 201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