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서해기린
2011. 10. 8. 15:08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그러고 보니 꽃들은 다 흔들리며 피었겠어요.
이런 저런 바람에 흔들리며 말이지요.
꽃이 핀다는 것은 사랑이 피는 것
그러니 사랑도 흔들리지 않고 이루어지지는 않겠네요.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어요.
바람과 비에 젖으며 따뜻한 꽃 피우고
사랑도 삶도 흔들리며 젖으며 가는 거지요.
살아가면서 흔들린다고 젖는다고
너무 괴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둘러보면 모든 것이 흔들리며 이루어져요.
유명한 스타도 운동선수도 흔들리고 젖으며
환희의 순간에 다다르지요.
우리네 사랑도 그러합니다.
우리네 삶도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