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커다란 창/이규리

서해기린 2012. 1. 11. 23:31

 

 

                                                                 이규리 시인 자택 거실에서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며 찍은 사진

                                                                                                       팔공산 자락에 위치해 조망이 좋음
   


 

 

창이 큰 집에 살면서 오히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큰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어떤 사람은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창을 낸다고 했지
감방의 창을 생각해 보라
뚫어져라 내다보던 좁아터진 눈빛을 생각해 보라

없는 곳에 기를 쓰고 뚫어야 했던 건 어둠이었을까
제 안에 하루에도 수십 번 저를 뚫어야 하는 암흑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빛을 모으는 누군가와
그늘을 모으는 누군가의 눈이
겹치는 건 우연도 아니다

창이 왜 낮엔 바깥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창으로 연애를 하고 다시 적막에 들고
살아 있어 창을 낸다면, 다시 창을 낸다면
한 그리움 정도의 크기만 내리라

그저 마지막에 남을 한 사람, 그 창으로
별 돋는 것처럼 올 수 있게, 꽃 지는 것처럼 갈 수 있게

 

 

-이규리-

 

 

 

 

 

 

이규리 시인의 자택에는 실제로 유리창이 큽니다.

얼마나 큰 지 보이느니 그저 풍경화지요.

커다란 창으로 밖을 내다보면 그리움도 커지는 것일까요?

다시 창을 낸다면 한 그리움 정도의 크기만 내신다네요.

마지막에 남을 한 사람, 그 창으로

별 돋는 것처럼 오고  꽃 지는 것처럼 갈 수 있다면

아름다워, 슬프도록 아름다워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낮에는 밖이 보이고

어두워지면 자신을 비춰주는 건

모든 창들의 속성

그래서 저도 가끔 밤이면

현관쪽이나 거실과 주방의 경계에 놓인 유리 밀문에

저를 비춰 보기도 하지요.

갈수록 실루엣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옆으로 퍼지니까요.

나이 핑계를 대지만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어요.

하여 오늘은 모처럼 수영장에 가서

꼬박 한 시간을 후정거리다 왔습니다.

아주 드물게 유리 밀문에서 춤을 추기도 하지요.

운동이나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면 웃으실래나.

 

창의 매력은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빗방울이 창을 타고 미끄러지는 것

창 앞의 나뭇잎이 바람에 사분대거나 비를 튕기는 것

꽃이 피고 지는 것

별도 달도 햇살도 다 볼 수 있다는 것

흩날리는 눈은 또 얼마나 눈부신지

소나기는

바람은

 

창이 만만찮은 건

어두워지면 자신을 보게 하는 것

숨겨왔던 것 다 들키고 말지요.

그리하여 가령 슬픈 표정이거나 화를 내다가도

그 모습을 보고 멈칫 하겠지요.

한번 더 숨고르게 되겠지요.

 

 

 

 

 

 

 

 지난해 12월 중순 '함시사' 멤버는 이규리 샘 자택을 방문했어요.

제자들이 간다고 하니 이것저것 많이 준비를 해 놓으셨네요.

아, 꽃은 우리쪽에서 가져갔지요.

 

 

 

 지인께서 만들어 보내주셨다는 다식인데

반쯤 정도 뚝 덜어내어 주셨지요. 

 

 

 

 

 

 

 

 

 레스트랑에서 식사를 합니다.

이 사진은 동료의 블로그 사진을 제가 컴에서 찍은 것으로 흐릿한 게 좀 다르죠? ㅎㅎ

 

 

 저는 스파게티가 아닌 해물볶음밥이었는데 맛이 좋더군요. 

 

                                                                                                                             .

 

레스트랑의 외양,  역시 창이 커다랗네요.

 

 

 

   

 레스트랑도 창이 크고 좋아요.

 

창밖 풍경도 괜찮지요?

 

 

창으로 보는 주차된 차량들

 

 레스트랑의 이름은 '사라'였는데 한쪽에 쥬얼리 코너가 있고 거울이 있길래

셀카 한번 찍어 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