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잊고 있던 푸대자루

서해기린 2012. 5. 18. 13:26

 

 

 

 

 잊고 있던 푸대자루.......   12/5/13

 

어디서 뭐가 갉아 먹히고 있을까.

작은 나방이 날아다니고 있다.

분명 곡식에서 나오는 나방인데 뒷베란다를 샅샅이 뒤져도

의심갈 만한 것이 안 보인다. 성가신 여러 날이 가고

일 년 만에 오는 아들을 맞으러 그가 대청소를 한다며 온 집안을

뒤집다가 앞 베란다 구석에서 푸대자루 하나를 내민다.

아, 거기 밤이 말라 썩어 가고 있었다. 작년에 받아놓고 맛이 없어

쪄먹기도 그렇고 일일이 까기도 뭐해서 좀 말려서 까보자 했던 것인데

내 정신은 어디 가 있다가 저 나방들을 양산했단 말인가.

준 사람의 성의도 밤농사를 지은 농부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 약간 구석진 곳에 퍼질고 앉아서 가위로 까며 성한 것을 골라낸다.

건질 수 있는 것은 건져서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어보자는 요량인데

양도 많고 이거 장난이 아니다.

 

약간 현기증이 났던가.

푸대자루 속에서 내가 나온다.

벌레 먹힌 자국 내밀며

후유~ 한숨지며 나온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온통 득실거리는 벌레 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