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하는 별 하나/이성선
서해기린
2012. 10. 17. 20:52
사랑하는 별 하나/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환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감상
라디오에서
문태준 시인의 수필 '사랑고백'을 낭송하고 있었다.
그 중에 인용된 이성선 시인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는
쉽고도 따스하게 나를 데워 주었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산호대교 출근길에서 나는 추웠던 것일까.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차가운 기운이라도 흩어 놓았던 것일까.
가슴이 따뜻해 진다.
별이며 꽃 같은 간지러운 것들, 예쁜 시어들은 당분간 멀리 하려 했는데.
문득 지난 시절,
그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리워할 때의 편지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실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하늘에서 나를 본다는,
가장 밝은 별 하나를 내 별로 정해서 매일 밤 본다는 그의 편지를 읽으며
서른 중반의 나이임에도 소년처럼 순수한 그의 마음에 푹 젖어 들던 때 있었다.
팍팍한 세상물결에 부대끼며
둘 사이가 건조해질 무렵이면 한 번씩 꺼내어 보는
내 젊은 날의 고운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