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후추와 소금 사이

서해기린 2013. 4. 5. 13:43

 

 

 

 

 

 

 

프랑스 사람들은 마흔과 쉰 살 사이의 십 년을 '후추와 소금 사이'라고 일컫는다.

검은 후추 색이 밝은 소금 빛의 예지와 드문드문 섞이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에 빗댄

것이다. 또 이 말은 이 나이가 되어 온유해지며, 성급하고 무자비해지기보다는 간직

하고 보호하려드는 사람을 빗대고, 차츰 빛 바랜 듯 무미건조해지는 삶을 빗댄다. 

 

 

마흔과 쉰, 후추와 소금 사이에서 삶은 정말로 무미건조해지는 것일까?……인생의

         시절 만큼 삶이 진실하고 풍요로운 적은 없었던 듯이 보일 때가 간혹 있다. 그렇다.

마흔과 쉰 사이에서 인간은 먼 훗날이나 순간을 위해 살지 않고, 또 젊은이나 노인처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진정한 현재 속에서 낮을 위하고 밤을 위하여,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현재하는 오로지 그날 하루를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식적

으로 살고 또 목표를 가지고 인내하며 거의 행복에 넘쳐 사는 시기이다. 현실을 인식하

고 참아내며 이해하는 것 말고 다른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처음으로 흐릿해지기 시작한다……마치 시월 초 어느 날의 안개 낀 오후 같다.

어딘가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고 깊은 사색 끝에 깨달음에 이르고 산 속 깊숙

이 햇빛이 비친다. 우리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 아직 할 일이 있는 것이다……아, 이 축복!

하던 일을 멈추고 말없이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어보게나. 마흔과 쉰, 후추와 소금 사이

에서.

 

                       -산도르 마라이 산문집  『하늘과 땅 』에서-

 

 

 

 

                                                                                                                                                                   우리동네 - 십자가가 어색하게 보이네요.

 

 

 

산도르 마라이,의 말에 공감이 가시나요?

'후추와 소금 사이'를 조금 지난 저는 다소 공감합니다.

후추와 소금 사이라는 관용적 표현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했지요. 미혹되지 않는 때라지만 유혹은 끝없이 따라붙는 것 같아요.

사십대는 아이들이 한창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닐 때라

어깨가 무겁고

세상사 스트레스가 많을 때 같아요. 저야 늦게 결혼해 지천명(知天命)을 막 지난 지금에서야 대학과

고교를 다니는 자녀를 뒀지만 

친구들은 이미 편안해졌답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하늘과 땅』을 읽으며 무난하거나 공감이 가거나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만 여성을 보는 관점에서 폄하하는 등의 글이 두어 번 나와서 

그 점은 딱 걸려,  뭐야? 에이 맘에 안들어! 하며 X표를 했어요. ㅋ

그의 관념과 인식에,

시대를 벗어난 듯한 세대차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소금과 후추 사이, 이 대목에는 好자를 쓰고 동그라미를 채웠습니다. ㅎㅎ  

 

여기서 잠깐 저자 산도르 마라이에 대해 좀 알고 넘어가자면 그는 헝가리 캇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와 독일,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1930년대

헝가리에서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는데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자 해외로 망명합

니다.  부르주아 작가라는 오명에 시달린 그는 1990년까지 헝가리 입국이 금지되어

40여 년간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서 자살했으며 작품으로는 열정 유언

반항아 사랑 『이혼 전야』 『성깔 있는 개』 『결혼의 변화』 등이 있다고

합니다.

놈의 이념이며 부르주아가 다 뭔지 조국과 고향에도 못가고

타국, 타향만을 떠돌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