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이야기2
그제는 바람이 선선했어요.
해는 구름속에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아 텃밭에 나갔지요.
초록은 아삭이 고추(일명 오이고추)입니다. 맵지 않아서 제가 먹기에 좋아요.
저절로 난 콩 한포기가 얼마나 많은 2세들을 거느렸는지 <위대한 갯츠비>가 아니라 <위대한 콩포기>라 명명합니다.ㅎㅎ
풋콩으로 먹으려 거뒀는데 너무 덜 익었어요.
만져 보는 것과 다르네요. 미리 하나 까 볼 걸 그랬어요.
생각해 보니 추석무렵은 되어야 그나마 알이 제대로 된 풋콩을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송편에 콩소를 넣어도 맛있지요.
오이는 진즉에 다 끝났지요. 이넘이 하도 길어서 기념샷으로 남겼던 것. ㅋ
보통은 30cm 정도인데 얘는 56cm나 되더라구요. 제가 줄자로 재어 봤지요.ㅎㅎ
케일은 초록 애벌레를 달고 살아요. 잡다잡다 지쳐서 나중에는 그래 실컷 먹어라, 했지요.
월동 작물이라며 그냥 두라고 하더군요. 가을되면 벌레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들깻잎도 수시로 가서 따 와서는 여기저기 활용하지요.
한 번도 약을 치지 않으니 고추가 자꾸 병이 드네요.
이제 완전히 사망시켰습니다. 고춧잎이라도 나물로 먹으려구요.
고춧잎 뒤에는 군데군데 벌레알이 어찌나 많이 붙었는지요?
저렇게 반짝이고 고급스런 알은 처음 봤어요.
요넘이 범인이 아닐까 하네요.
고추 한 주에 새끼들까지 바글바글 얼마나 많이 붙었는지.
요런 넘들인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어요.
와송이 좀 자랐습니다.
까치란 넘이 똥을 싸서 가만 두면 썩을 것 같아 오늘 물을 뿌려 씻어 주었지요.
가지를 정말 많이 먹고 있어요. 주렁주렁 달렸거든요.
나물로 먹고 볶아서도 먹고. 가지가 맛있어지면 나이를 먹은 거라던데 저는 가지가 정말 맛나답니다.ㅎㅎ
부추를 베어와서는 전을 부치고 꽃은 이렇게 유리병에 꽃아 둡니다.
올해 건강에 좋다는 개똥쑥이 화제였지요.
화학항암제의 1200배 항암효과 및 면역력증대, 여성질환, 간기능 개선, 변비해소 등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고 하네요.
찬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은 피하라고 합니다.
잡초에서 갑자기 귀빈 계열에 올라 신비의 약초로 각광 받는 이것 모종을 이웃으로부터 얻었어요.
옮겨심으니 생명력이 강해 무럭무럭 잘 자랐지요.
꽃이 피려고 하니 거둘 때가 된 것, 베어와서 가위로 싹뚝싹뚝 자릅니다.
말려서 차로 마시려구요,
보자기를 펴놓고 늘어놓는데 잘게 자르는 것도 일이네요.
손가락 손목에 힘이 팍팍 들어갑니다.^^
쑥과(科) 특유의 향이 은은히 배어나와 흠흠 마시며 취한듯 작업합니다.
어르신들이 밭에 나가면 손에서 일이 떠날 줄 모른다 하시던데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친정집에 늘어진 참깨며 고추 같은 밭에서 난 것들, 엄마가 시간을 죽이며 늘 끼고 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제는 내 집에 그것들이 즐비합니다.
밭에 한 번 나가면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가서 배가 고파야 들어옵니다.
요즘은 가을 채소 몇가지 파종한 것 물 줘가며 싹을 키우고 있지요.
재미는 있는데 수로에서 물 퍼다 나른다고 숙이고 풀 뽑는다고 숙이고 하다 보니 허리도 무릎도 아프네요.
풀은 뽑아도 뽑아도 어찌나 많이 나는지 호미질 하면 손에 물집도 잡히고 하네요.
밭에서 거둔 것을 가져오면 손질할 것은 또 어찌나 많은 지 일거리가 끝도 없어요.
그래도 아그들이 궁금해서 어느새 발길은 텃밭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