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변호인

서해기린 2013. 12. 30. 18:28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일년 반만에 우리 네 식구가 모여 영화 <변호인>을 감상했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가 눈물나도록 인상깊었다.

고노무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에 있었던 실화를 다룬 양우석 감독 작품으로 무척

감동적이었다.

1981년 제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 초기에 통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으킨

부산 지역 사상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이 바로 영화의 모티브인 셈인데 

이 기회에 자세히 알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공대생이 야학에서 형편이 어려운 젊은이들을 가르치니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용공이니 뭐니 해서 없는 죄를 덮어 씌우고 고문으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자백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고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최종학벌이 상고졸업인 변호사로 내로라하는 학벌을 가진 변호사들에게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고 살던

송우석 변호사(고 노무현 대통령 역)는 우연히 친분있는 국밥집 아들의 시국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험난한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어려운 시절을 지나 이제 살 만하게 되고 큼직한 사건들도 들어와 탄탄대로만 남았는데

그 길을 마다하고 고단한 세계로 뛰어든다. 

 

영화는 내게 답답함-분노-통쾌-다시 답답함-허탈-그러나 따뜻함,의 흐름이었다.

딸은 공대생이 고문당하는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훌륭한 인권 변호사들이 있었음을 기억하려 한다.

역사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쟁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사회는(엄격하게 완전한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어딘가)

목숨을 걸고 누군가 싸워서 이루어 낸 것이라는 점에 가슴깊이 그들에게 감사한다.

 

 

 

 

누구보다도 서민적이었던 고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밀짚모자를 쓴 채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가던 촌로(村老)의 아름다운 모습.

 

배우 송강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하는 것 같다. 그리고 흥행이 된다. 그의 능력이자 매력일 터다.

금년만 해도 <설국열차>와 <관상>에서 그의 활약이 돋보였고 관객몰이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김영애는 국밥집을 운영하는 여주인겸 부산공대생으로 나오는아이돌 스타인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연기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임시완은 딸이 후에 아이돌 스타라고

말하기 전에는 그냥 신인영화배우인 줄 알았다. 그만큼 그의 연기가 사실적이고  좋았다는 얘기다. 

송변호사의 사무장역을 맡은 오달수는 이미 <도둑들>, <칠번방의 선물> 등에서 맛깔나는 감초 연기를 선보인바 있다.

그가 있으면 곱절이나 재미있어진다.

 

 

개봉 12일만에 벌써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하니 1000만을 향해 달려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화 역사의 현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그 뜻을 기릴 수 있는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