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나비>를 추억하다
-사진은 너나들이님 블로그에서 차용-
동요, <나비>를 추억하다
봄꽃이 한창이다. 목련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더니 개나리가 화사하게 웃고 라일락은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나비는 나폴나폴, 벌은 붕붕 거리며 꽃을 찾아 날아든다. 나비만 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고 벌과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호시절 봄이었다.
당시 김모 총각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그 선생님은 말라깽이에 성질이 괴팍(?)해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루는 음악시간에 풍금으로 동요, 제목이 생각 나지 않아 노랫말만 조금 옮겨보면
-나비 나비 흰나비 호랑나비 범나비 꽃을 찾아 오너라 금수레를 타고서……
하는 노래를 선생님이 한 번 쳐 주시더니 대뜸 내 이름을 부르며 나와서 부르라고 했다. (당시엔 내가 노래를 잘했었다. 흠~ ^^)
언니 오빠가 있어서 왠만한 음악책 노래는 미리 다 알고 있던터라 노래부르는 것은 겁나지 않았는데
멀리 산골마을에 살던 나는 십리길을 왕복해 하루에 이십리씩 뜀박질하며 등하교를 하던 참이라
양말이건 타이즈건(그땐 이렇게 불렀다.) 빵구가 나기 십상이었다.
그 날은 노란 원피스에 하늘색 타이즈를 신고 있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빵구가 나 있었던 터라
선뜻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구멍난 쪽 타이즈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성질 급한 선생님 못참고 이내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어? 안나온다 이거지?"
"좋아,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 나와서 노래 부르는데 못부르면 맞는다."
"유00, 앞으로 나와."
유00는 불려 나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제대로 못했다.
빼빼한 선생님이 이따만한 막대기를 들었다.
"엎드려 뻗쳐!"
5대를 힘껏 때렸다.
순간 우리는 모두 숨을 죽이고 떨고 있었던가. 하여튼 조용~ 했는데...
속으로 내 가슴은 두근반서근반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다음, 정상미 나와!"
나도 이제는 구멍난 타이즈에 신경쓸 새 없이 자동으로 일어나 나갔다.
그리고 하나도 틀리지 않고 나~비 나~비 희~ㄴ나비~...... 하면서 끝까지 다 부르고 들어가려는데 선생님께서 벼락같이 말씀하셨다.
"어딜 들어가, 거기 서!"
"부를 줄 알면서 왜 안나왔어. 엎드려 뻗쳐!"
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하라는대로 했다.
선생님은 그대로 유00처럼 5대를 힘있는대로 세게 때리는 것이었다.
얼마나 아프던지... 그래도 난 가만히 맞았다. 내가 그때 독했었나보다.
어떻게 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는데 집에서 엉덩이를 까고 거울로 보니 세상에~
붉은색, 보라색, 누런색, 시퍼런색... 뭐 하여튼 별의별 색으로 멍이 들어서 가관이었다.
엄마도 몹시 속상해하셨다.
'세상에! 남의 집 귀한 딸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서 며칠을 고생했다.
그 김아무개 선생님이 나를? 정말 싫었다 그 선생님.
그런데 다음 달 5월 5일 어린이날 내게 선행상을 주셨다.
전교생이 있는 가운데 운동장에서 받았는데 나한테 미안해서 줬던건가?
하여튼 난 착한 일이라곤 칠판을 자주 지운 것 밖에 없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담임 선생님을 조금만 용서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렇게 많이 세게 맞은 적은 없으니까.
선생님은 그 후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건이 제법 있었고 지금 같으면 성추행으로 구속될 만한 일도 있었지만 시간은 그대로 지나갔다.
뒤쪽 키 큰 여자애들이 용의검사 하는 날 울었던 일을 난 기억하고 있으니까.
웃통을 벗고 때가 있는지 검사한다고 했다. 그 애들은 가슴이 제법 나와 있었을 때다.
옛날 그 시절엔 그렇게 아무 말 못하고 지나갔다.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내 나이 불혹을 넘기고 동창회라고 처음 가 보았는데
나 때문에 억울하게 맞은 유00 가 있으면 괜히 미안하다고 해보고 싶었지만 그 애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다행히 e-편한 세상이 되어 동창 사이트도 생기고 왠만한 애들은 다 소식을 알건만 유독 그 애 소식은 아직도 들을 수가 없다.
해마다 꽃피는 봄이 찾아오고 벌나비가 날아다니면 어릴 때 나비 노래 때문에 맞았던 그 일이 생각난다.
작년에 안 사실이지만 그 선생님은 지금 서울쪽 어디서 장학사를 하신대나 교감을 하신대나 뭐 그런 소식이 들려 왔다.
지금은 그 성질 좀 죽었을까 자못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