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기린 2011. 6. 28. 16:46

 

 

                                                                   사진은 천주산에서 바라본 운해 (2010. 9)

 

                                   

너는

 

1.

너는 세게도 한방을 날리는구나. 네가 수시로 떠올라 나는 보강수업을 까맣게 잊었다.

아이들이 기다린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한 시간 늦게 교실에 도착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몸 만들기 좋아하던 너이기에, 변강쇠라 자랑하던 너이기에 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교통사고려니 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리도 한순간에 어이없게 가버렸는지 하늘도 무심하구나.

 

불혹이 되어 주흘산에 갓들어 왔을 때 너는 종횡무진 나대며 우스개소리를 해대고

만나는 여학생마다 마요네즈 흐르는 웃음을 날리곤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는 진지했고

거침없이 써 나가던 글에도 해학과 정이 넘쳤다. 술은 좋아했지만 중심은 놓지 않았다.

 

미안하다. 처음 만나고 어설프게 생겼다 해서

그때 실망하던 네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야 말하지만 볼수록 너는 괜찮아 보였다.

 

고맙다. 당포 냇가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 아들을 건져줘서

당시 어렸던 내 딸도 너를 기억하는구나.

 

2.

주흘산에 들어서면 너는 아직 까페지기로  남아 있어 도무지 실감나지 않고

이 어색한 진실에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내가 이럴진대 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달목이 마을이나 서울 친구들은 오죽할까. 이미 너는 강을 건넜지만 밤길을 달려 마지막으로 보러 갔을 때

영정 사진속에서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너의 반쪽을 안으며 눈물만 나왔다.

 

다행이다. 회룡포 들러 30년만에 조선생님 만날 때  같이 하고 싶어 했던 네가 걸려

나는 '주흘산과 친구들을 위해 애많이 쓴다, 고맙다'고 문자를 날렸다.

너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너는 갔지만 우리 곁에 있다. 주흘산 구석구석에서 너는 튀어 나온다. 말을 건다. 싱겁게 웃는다.

6월 동창회때 네가 예약한 팬션에서 너는 다시 나타나  실실  사람좋은 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때 다시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늘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다정다감했던 친구가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났습니다.

   우리 인생이 너무나도 덧없고 슬퍼서 동창 까페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