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그때 생각 / 이종문
서해기린
2019. 7. 27. 14:09
그때 생각 / 이종문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녀를 괴롭히는 그 자식이 빠지라고 물웅덩이 메운
뒤에 그 위에 마른 흙들을 덮어뒀던 그 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 자식은 안 빠지고 어머야 난데없이 그녀가 풍덩
빠져 엉망이 되어버렸던 열두어 살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어떤 놈이 그랬냐며 호랑이 담임 쌤의 불호령에 자
수했다 열흘간 변소 청소를 혼자 했던 그 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늦게 남아 청소할 때 그녀가 양동이에다 물을 떠다
날라주어 세상에 변소 청소가 그리 좋던 그때 생각
-『시조정신』 2019년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