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십이월 / 이송희

서해기린 2021. 1. 25. 14:44

당신의 목소리에 냉기가 서린다

입술을 떼어내고 가슴을 밀어낸 당신

 

우리는 벌어지면서

몸을 끼워 맞춘다

 

뒤꿈치가 가렵다고 누군가 말할 때

뒤틀린 마음 틈새로 굵어지는 눈발들

 

마지막 맺힌 말 하나

허공에 매달린다

 

자꾸 뒤를 돌아볼수록 길은 더 멀어지고

무거운 몸을 비우며 그림자가 짧아진다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시인동네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