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발 / 손석호
서해기린
2021. 2. 10. 00:57
움직이는 말입니다
맨발로 서성이는 건
혼잣말입니다
어제 쪽으로 마음을 열면
댓돌에 놓여 있는 짝짝이 당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고
마당에 팬 오른발 자국 뒤꿈치
뱉지 못한 말이 고여 있습니다
왼발에 당신을 신습니다
당신을 조여 맵니다
내일 쪽으로 바라보지는 않겠습니다
모르는 길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뒤뚱거리며 발자국이 따라옵니다
오른발은 맨발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눌한 말을 듣고 있다면
곧 잠잠해질 것입니다
무언가를 신고 있을 때 길은 사라집니다
-시집 '나는 불타고 있다' 파란 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