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느시* / 박성민

서해기린 2021. 3. 23. 01:59

노을을 뒤척이며 손톱을 물어뜯고
저녁까지 앓던 능선은 몸 돌려 눕습니다
당신도 움켜쥘 수 없는
발톱이 세 개입니까?

툭툭 튀던 심장을 깃털 속에 넣거나
따뜻하게 목도리에 비빌 수도 있습니다
누구를 닮아가는지 모를
울음을 풀어 줍니다

한 번도 나뭇가지에 앉아 본 적 없습니다
눈물이 번져가도 피어나지 않는 꽃들
당신의 이름을 잊는데
일생이 지나갑니다


*느시 : 천연기념물인 겨울새. 들칠면조라고도 함. 짧은 발가락 3개에 뒷발가락이 없어서 나무에 앉을 수 없다



계간 [다층] 2020-가을호 에서



박성민/2009년《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쌍봉낙타의 꿈], [어쩌자고 그대는 먼 속에 떠 있는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