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서로이웃 / 이송희

서해기린 2021. 4. 13. 13:35

이따금 옆집에서 강아지가 짖었어요

 

얼굴 없는 그림자가 문 밖에 서 있나요

 

복도를 함께 쓰면서 바람을 공유했죠

 

문 앞의 택배상자엔 강아지 사료뿐

 

벨을 힘껏 눌러도 반응이 없더군요

 

일면식 한 번도 없는 달력이 넘어가요

 

어디선가 흘러나온 아나운서 일기예보

 

내일의 날씨는 구름 가끔, 흐리다네요

 

여전히 모르는 얼굴이 이웃추가 돼 있네요

 

 

 

시조시학 2021년 봄호

 

 

이송희 시인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 수상, 아르코와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외, 평론집 경계의 시학 외, 연구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 그 외 저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