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시조동인 12집 소개 4 / 박성민, 김영란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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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시조동인 12집 소개 4 / 박성민, 김영란 시인편
《보고 싶다는 말》,
21세기시조동인 12집은 2020년 12월 [고요아침]에서 출간되었다.
이송희 시인을 비롯한 10명의 신춘문예 출신 황성진, 이석구, 조성문, 노영임, 임채성, 김남규, 김보람, 박성민, 김영란 시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오늘은 소개 네번 째이자 마지막으로 박성민, 김영란 시인의 작품 외에 표제작으로 '동인들이 뽑은 동인 작품상'을 받은 김보람 시인의 시 《보고 싶다는 말》도 소개하려 한다.
/2020년12월 출간 당시의 신작/
고양이는 그레코로만 형으로 / 박성민
노을은 상해 버린 생선 냄새 풍긴다
고양이가 웅크리고 올라가는 난간 지붕
달빛이 비린내 나는 비늘처럼 반짝인다
발정난 듯 지붕으로 뻗어가는 장미 넝쿨
먹다 남은 가시를 노려보는 둥근 눈
밤새껏 신생아 같은 울음을 클린치한다
싫증 난 지붕이 고양이를 캑캑 뱉으면
꼬리를 세우고 난간을 다시 올라
누워서 가슴 너머로 달빛을 안아던진다
/2019년 발표작/
청사과 깎는 여자 / 박성민
그녀는 칼날로 북극 먼저 도려낸다
지구의 기울기인 23.5도로 사과를 눕혀
돌리며 깎아나간다
북반구가 하얘진다
푸른 지구 속살에서 흘러나온 과즙 향기
끊길 듯 이어지며 남극까지 깎이는
청사과 얇은 껍질에
매달린 빌딩들
사과를 기울여 한 바퀴 돌릴 때마다
그녀의 눈동자에 낮과 밤이 지나가고
사랑의 기울기 끝에
빙하가 다 녹는다
♤♧
당신이라는 접속사 / 박성민
그래도,
당신 곁을 맴돌았던 것 같은데
그러므로,
단 한 번 내 사랑은 다녀갔다
하지만,
고인 기억이
떨어질 듯 맺히는
박성민 시인
목포 출생.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기금 및 2015년과 2020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2013년 가람시조문학 신인상, 2014년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시집 《쌍봉낙타의 꿈》《숲을 金으로 읽다》《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있는가》
naminam7@hanmail.net
/2020년 12월 출간 당시의 신작/
아몬드 블라썸 / 김영란
너에게 주고 싶다
송이송이 빛나는 꿈
그 푸른 눈망울이
뿜어내는 호기심
천 개의 눈을 열고서
이 봄 모두 가지렴
겹겹의 꽃잎들
스치고 지나가는
나무의 탄성들에
귀 기울여 보렴
너에게 다 주고 싶다
찬란한 그 사랑
/2019년 발표작/
그게 너였으면 / 김영란
두고두고 베갯머리
읽고 싶은 시처럼
터질 듯 모세혈관
흐르는 사랑처럼
갓 지은 햅쌀밥 위에
얹어먹는 묵은지처럼
♤♧
길 위의 시간 / 김영란
평생을
두어 발자국
물러나 따라오다
잊혀진 기억처럼
백발이 된 길 위에
어느새
한 발 앞서서
내 인생
끌고 가네
김영란 시인
제주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3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 지원금 수혜.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시집 《꽃들의 수사》 《몸 파는 여자》《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볼 것 같은》
puppy 6571@hanmail.net
♤♧
ᆢ동인들이 뽑은 동인 작품상ᆢ
보고 싶다는 말 / 김보람
얼어붙은 길들을
끌로 파냅니다
돌 벽의 입술로
커지는 상상력
극이라 생각할수록
정처 없습니다
얼었다 녹는 벌판의 볼륨같이
끝 모르게 뻗어가도 너는 없지만
꽉 쥐면 가득 고여오는
마음이라는 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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