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 김밝은
서해기린
2021. 10. 22. 00:29
나의 계절로 들락거리던 문 하나가 닫혔다
몰랐으면 좋았을 노래를
자작나무 더 커진 눈에서 찾아낸 후
몸보다 추워진 마음 때문인지
밖으로만 나가려는 다리를 붙잡느라
쓸데없는 고집만 늘어갔다
겨울 한 구석
찢겨져버린 시간의 응어리들이
새파랗게 멍든 이야기들을 몰고 우르르 들이닥칠 것만 같아서
따뜻한 눈길이라도 얹어줄 사람 하나 불러와
거짓말이 묻은 웃음에라도
얼굴 기대고 싶어졌다
깃털을 뽐내며 기웃거리던 멋쟁이새가
자작나무 어깨를 간질이며 벌써 지나간 것도 같은데
열어두겠다던 다른 쪽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미네르바 2020
몰랐으면 좋았을 노래를
자작나무 더 커진 눈에서 찾아낸 후
몸보다 추워진 마음 때문인지
밖으로만 나가려는 다리를 붙잡느라
쓸데없는 고집만 늘어갔다
겨울 한 구석
찢겨져버린 시간의 응어리들이
새파랗게 멍든 이야기들을 몰고 우르르 들이닥칠 것만 같아서
따뜻한 눈길이라도 얹어줄 사람 하나 불러와
거짓말이 묻은 웃음에라도
얼굴 기대고 싶어졌다
깃털을 뽐내며 기웃거리던 멋쟁이새가
자작나무 어깨를 간질이며 벌써 지나간 것도 같은데
열어두겠다던 다른 쪽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미네르바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