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집

도마뱀의 꿈ㅡ이행숙 시집

서해기린 2022. 2. 28. 02:45

#시조 #시조집 #도마뱀의꿈 #이행숙 #이행숙시인

팽팽한 신경줄을 다 잡고 살아왔다
무시로 떨어지는 뭇매를 견뎌내며
메마른 영혼을 안고 몸으로만 울었다

눈물 없는 울음이 때론 더 슬픈 것을
뼈마디 긁어내는 아픔일 수 있는 것은
아는가
빠질 것 같은
소리의

늪을


ㅡ <북> 전문 / 이행숙

♤♧

당신은 나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필요하면 왔다가는 미련없이 가버리지
그건 다 내 잘못이지
24시간 맘 열어 논


ㅡ <편의점> 전문 / 이행숙

♤♧

세 식구가 나란히 거실에 앉아 있다.
아빠는 TV 보고
아들은 채팅하고
엄마는 시작노트에 무엇인가 끄적인다

말 한마디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하루 종일 따로국밥처럼 한 집에 담겨
대화도
독백도 없이
제각기
방백 중이다

ㅡ<어떤 휴일> 전문 / 이행숙

♤♧

너와 나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했지
누군가 끼어들고 햇살도 비껴들게
그리울
틈이 있어야
사랑 길게 흐르지


ㅡ <간벌間伐> 전문 / 이행숙

♤♧

1.
매사에 분명한 게 좋다시던 아버지는
흑 아니면 백이지 회색이 뭐냐시더니
내 생일 중식당에서
"짬짜면 세 개요."

2.
상한 떡이 들어있던 할아버지 가방을
잽싸게 낚아채 간 어린 소매치기에게 "이눔아! 먹으면 죽는다!
돈은 한 푼도 없는디..."

3.
세신사 아주머니께 처음으로 때 밀던 날
쌍바윗골 피릿소리 제어할 수 없었는데
"아가씨! 똥 싸고 와욧!"
발가벗긴 맨몸뚱이

ㅡ<ㅋㅋㅋ >
ㅡ컬투쇼를 듣고 전문 / 이행숙

♧♤

너와 함께 가는 길은 맨발의 가시밭길
한 걸음 나가기도 두렵고 조심스러워
내딛던 발을 거두어 내 안으로 숨는다

때 없이 찾아드는 불안의 외로움도
문밖을 어른대며 기회를 엿보는
스토커 그 집요한 시선도
견뎌야만 한다면

굳은살 금강심金剛心을 안팎으로 무장하고
짧은 들숨, 긴 날숨 연습도 해야겠지
다시 필 봄을 위하여
벚꽃 꿈도 꾸어야지

ㅡ < With Corona> 전문 / 이행숙

♤♧

이행숙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도마뱀의 꿈》 (고요아침 2022. 1)을 읽었다. 시인은 개인적인 정서와 사회적 현상을 두루 담고 있지만 곳곳에서 시원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사유가 깊은 시가 있는가 하면 가볍게 농담을 하기도 하며 읽는 재미를 준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많은 시인들이 코로나에 관한 시를 써 왔다. 이행숙 시인은 '코로나 19 ' , '그래도 꽃', '누굴 탓해 ' 뿐 아니라 'ㅡ어느 자영업자의 '라는 부제를 붙여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의 연작시 등을 썼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With Corona'까지 보여준다.

우리들이 다 코로나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유독 자영업자는 더 많은 희생을 강요 받으며 궁지에 몰려 있다. 자영업자들이 겪는 우울, 분노, 좌절을 '코로나 +색'으로 나타낸 제목의 시편들이 인상깊었다.

결국엔 'With Corona' 로 갈 것이다. 다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조심스레 새 발을 내딛으며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현실성을 담보한 시인들의 시는 살아있다. 공감하며 생각하다가, 웃다가 함께 걱정하다가 꿈꾸기도 하는 것이다.

이행숙 시인의 제2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북 #어떤휴일 #편의점 #간벌 #ㅋㅋㅋ #위드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