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잔을 들게나/ 박기섭

서해기린 2023. 4. 13. 16:06

🍀
 아직 눈뜨지 않은 아침을 위해, 그 아침의 횡격막을 찢고 나올 꽃을 위해 
 
 어쩌겠느냐, 어차피 이길 수 없는 그리움이라면 그냥 져주는 거지 그리움한테, 져주지 않고 무슨 꽃을 피우겠느냐, 술 한 잔 꺾지 않고 어찌 저 마른 피딱지 같은 그리움의 꽃을 피우겠느냐 
 
 들게나! 폐허에 길들지 못한 네 청춘의 적막을 위해  
 
 잔을 들게나/ 박기섭 
 
ㅡ《달콤한 오해》앤솔러지 현대사설시조포럼 2022 Vol.13 
 
 테마시조 '술'에 대한 사설시조 한 편 감상해 본다. 이렇게 멋진 시조를 감상하니 술이 절로 당긴다. 잔을 들어야 할 이유는

많다. 이래서 한 잔 저래서 한 잔, 슬퍼도 기뻐도 한 잔씩 갖다 붙이면 죄다 어울린다. 봄이라서 벚꽃이 피어서 외로워서 그리움에 져 줘야 하니까 한 잔 하는 거다. 그러니 친구여, 잔을 들게나! 
 
♤♧
그제 월요일 저녁산책을 나가 동네 봄밤의 분위기를 담아 봤다. 바닷바람탓에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게 피는 벚꽃과 목련이 드디어 만개했다. 평일인데도 대학생들이 꽃그늘 아래 둥그렇게 모여 봄 속에 스미고 있었다. 호수 위에는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꽃으로 떠다녔다. 
 
 어제는 비가 와서 상춘객은 없고 꽃잎만 떨어져 빗물따라 흘렀다. 
 
https://youtu.be/H_3CiX2k2OE
봄비/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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