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께냐/마경덕

서해기린 2012. 9. 13. 01:06

 

 

 

 

 

 

 

죽은 사람의 다리로

노래를 부르다니,

 

세상에,

그렁그렁 젖어 흐느끼는 다리가 있다니,

 

뜨겁던 사람 싸늘히 식어

정강이뼈에 구멍을 내고

 

께냐를 불면

외발로 떠난 사람이 빈 가슴을 절뚝절뚝 휘돌아

구멍마다 흘러나온다

 

내 눈물이 뼈처럼 단단해질 때까지

두고두고 슬퍼하라고

 

죽어서

다정히 어깨를 안아주는 당신

뒤늦게

입술을 다리뼈로 받아주는 당신

 

-마경덕-

 

* 죽은 연인의 정강이뼈로 만든다는 악기. ‘궤나’라고도 함.

 

 

<차령문학> 2011. 봄호

 

 

 

 

 

 

죽은 연인의 뼈로 만든 악기를

슬퍼서 어떻게 불 수 있을까요.

악기로라도 만지며 그리워하게 될까요.

                                                                                                           못할 것 같아요.

 

 ** 그런 악기가 실제로 있나 찾아 봤어요.

위키백과에 의하면

께나안데스 지방의 입으로 부는 악기로, 

대나무나 나무로 만들며, 옛날에는 동물이나 사람의 뼈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구멍은 앞에 6개, 뒤에 1개 나 있으며, 남자만 불 수 있는 악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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