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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베리’ 각축장

서해기린 2013. 8. 14. 21:18

 

 

 

옆지기의 안구건조증이 심해 블루베리와 인연을 맺은 지 3년여 되었다.

눈에 좋은 것은 물론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기능이 뛰어나고 콜레스테롤 억제 및 여성호르몬에도 관여한다고 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C사에서 나오는 블루베리 과즙 100% 원액을 주문해 온 가족이 꾸준히 먹어왔다. 블루베리가 아닌 다른 것도 이것저것 먹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블루베리를 먹고 눈이나 몸의 상태가 좋아지기는 했다. 일단 맛이 좋았고 나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C사의 블루베리 과채쥬스를 주문해 먹기가 어렵게 되었다. 약국에서 소비자가격 그대로 판매된다고 한다.

그동안 소비자 가격보다는 비교적 싼 가격에 이용해 왔는데 C사 관계자는 약국의 반발로 기존 가격으론 어렵다며 대신 아사이베리 과즙을 권해왔다. 블루베리 과채쥬스를 소비자가격 그대로 온가족이 사먹기에는 고액이라 부담이 커서 아사이베리의 효능이 어떤지 검색해보다가 수많은 '베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아사이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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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조선.     [2269호] 2013.08.12  (머니 & 비즈)

 

한국은 ‘베리’ 각축장


                                                       황은순 차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블루베리, 크랜베리, 엘더베리, 라즈베리, 블랙라즈베리, 블랙베리, 스트로베리, 멀베리, 빌베리, 진생베리, 아사이베리…. ‘수퍼푸드’로 알려진 베리(berry) 열풍이 거세다. 이름을 열거하기 힘들 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함량을 내세운 효능 경쟁도 뜨겁다. 최근에는 ‘안토시아닌의 지존’을 자처하며 아로니아(블랙초크베리), 일명 킹스베리까지 등장해 음료·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물론 농가를 중심으로 베리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음료·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그야말로 ‘베리 천하’다. 인터넷 쇼핑몰 음료코너에서 ‘베리’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관련 상품 수백 가지가 줄줄이 뜬다. 생과일부터 농축액, 과즙, 각종 베리를 혼합한 음료에 베리맛 비타민제까지 종류도 성분도 다양하다. 베리 비누, 베리 클렌저, 베리 화장수, 진생베리 앰플 등 화장품 업계도 베리 열풍에 가세했다. 신소득 작물로 베리 재배를 선점하기 위한 농가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묘목 업체들이다. 아로니아 가공업체인 팬아시아마케팅 이정열 대표는 “업계에서는 묘목 업체들을 보면 다음에 뜰 작물이 뭔지 알 수 있다고들 말한다. 진즉부터 묘목 업체들이 블루베리에서 아로니아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자료: 미 농무부(아사이베리는 별도 자료) 논문 제목은 ‘Concentrations of Anthocyanins in Common Foods in the United States and Estimation of Normal Consumption(2006)’, 조앤 홀든 외 5명

   그동안 베리 열풍을 주도해온 것은 블루베리였다. 2005년 이후 국내 블루베리 재배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체 재배면적이 2007년 112㏊에서 2011년 1082㏊로 4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는 전라도·충청도를 중심으로 1500㏊ 규모에 이른다. 블루베리 재배 열풍의 바통을 이은 것은 아로니아(블랙초크베리)다. 아로니아의 성장세는 블루베리보다 더 빠르다. 4~5년 전 처음으로 국내에 상륙한 이후 최근 1~2년 새 재배면적이 300㏊까지 늘었다. 아로니아 띄우기는 지자체도 나섰다. 아로니아 선점에 나선 곳은 충북 단양군. 블루베리 재배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단양군은 아로니아를 군 주력 재배작물로 선정하고 올해 초 TF팀을 구성해 농가 지원에 나섰다. 군은 최근 199개 농가에 아로니아 묘목 구입비 50%를 지원, 15만4000주를 공급하고 생산농가의 판로 확보를 위해 아로니아 가공센터를 세웠다. 군은 지난 7월 사업을 전담할 별도의 팀도 만들었다. 아로니아팀의 한영순 주무관은 “9월 2일 아로니아 축제를 열고 대대적으로 아로니아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축제에 맞춰 가공센터 준공식과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아로니아 가공식품도 전시한다”고 밝혔다. 단양군은 농가가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게 되면 생산량의 20~30%를 군 가공센터에서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도 작년부터 50여 농가에 아로니아 묘목을 지원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재배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도대체 ‘베리’가 뭐기에. 베리는 장과류(fruits berries)를 이르는 말이다. 과육이 발달한 형태에 따른 분류로 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한 것이 공통점이다. ‘원조 베리’라고 할 수 있는 포도처럼 열매가 송이째 열리는 과일이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베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베리류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안토시아닌 성분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페놀성 화합물로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잡아먹는 대표 ‘저격수’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많을수록 검정색을 띠고 적을수록 붉은색을 띤다. 과거엔 식용염료 재료로 쓰이던 것을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항산화 효과가 밝혀지면서 없어서 못 먹는 귀하신 몸이 됐다.
   
▲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박교선 연구관이 연구시험단지에서 블루베리 묘목을 살피고 있다.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수원에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만난 포도연구센터장 박교선 연구관은 “광합성 과정에서 생긴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이 만들어내는 방어물질이 안토시아닌이다. 비타민, 베타카로틴, 이소플라본류 등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지만 현재 밝혀진 것 중 안토시아닌이 항산화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등 다른 과일에도 있긴 하나 대부분 껍질에 존재하는 반면 베리류는 과육, 씨에까지 안토시아닌이 분포돼 있다. 안토시아닌은 체내에서 24시간 내에 분해돼 사라지기 때문에 생과일일 경우 매일 40g(과실 20~30개)씩 최소 3개월은 지속적으로 먹어야 시력 개선 효과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포도,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면서 성분 분석, 품종별 비교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안토시아닌 함량을 두고 베리류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원조 스타는 블루베리다. 2002년 미국 타임지가 건강에 좋은 10대 수퍼푸드로 토마토, 시금치, 브로콜리, 귀리, 연어 등과 함께 블루베리를 선정하면서 다른 베리류까지 덩달아 수퍼푸드 대열에 줄지어 섰다.
   
   국내 가공식품 시장을 흔든 대표 3총사는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아로니아다. 아사이베리는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베리류로 ‘아마존 전사들을 키운 기적의 열매’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의 수십 배’라는 광고와 함께 블루베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효능을 떠나 아사이베리의 문제는 씨가 80% 이상을 차지해 과육이 10~20%에 불과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 국내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긴 하나 농가로서는 수익 보장이 어렵다. 국내 아사이베리 제품의 경우 전량 수입이다. 블루베리는 국내 생산이 점점 늘면서 전체 소비의 30%를 국내산이 차지하고 있다. 블루베리가 휩쓸고 간 농가의 신소득 작목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스타는 아로니아다. 아로니아도 ‘베리류 중 안토시아닌 최고 함량’을 내세우며 베리류 시장을 흔들 태세다. 미국농무부(USDA) 사이트에 올려진 자료에 따르면 100g당 안토시아닌 함량이 야생블루베리 487㎎, 초크베리(아로니아) 1480㎎, 아사이베리 319㎎, 블랙라즈베리 687㎎으로 나와 있다.
   
   박교선 연구관은 “아로니아가 안토시아닌 함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안토시아닌 성분으로만 어떤 베리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의 베리마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좋은 성분들이 굉장히 많다. 포도만 해도 최근 밝혀진 성분 중에 과실, 잎, 줄기 등에 골고루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물질이 항산화·항암 작용을 하고 콜레스테롤 저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로니아가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블루베리는 생과일로 먹을 수 있는 반면 아로니아는 떫어서 생과일로는 먹을 수가 없어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로니아 재배에 나선 농가들도 생식용 농산물 재배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폴란드의 아로니아 농장에서 트랙터로 수확하는 모습. photo 팬아시아마케팅

   블랙라즈베리(복분자)를 연구하는 경희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김대옥 교수는 “베리류들이 효능을 내세울 때 항산화 능력을 따지는데 분석 지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똑같은 블루베리라도 수확시기, 품종, 재배지역 등 조건에 따라 성분 차이가 크다. 또 소화흡수 능력도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다. 다른 분석 지표로 각각 검사한 자료를 가지고 베리류의 영양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아로니아 재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3~4년 전부터 10여개 농가가 아로니아 재배를 시작한 거창군의 농업기술센터 과수담당 성낙삼 계장은 “국내 생산 과일 중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사과, 배처럼 신선도로 경쟁하는 과일이다.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아로니아의 경우 판로 확보도 문제이고 수입원액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거창군도 군 차원의 지원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시장 전망을 지켜보고 있다. 또 국내에 맞는 품종을 찾는 것도 과제다. 블루베리 품종도 200가지 가까이 있다. 품종에 따라 토양·기후 등 재배환경이 모두 다르고 맛도 천차만별이다. 우리 지역에 가장 잘 맞는 품종을 찾기 위해 우리도 시범포를 운영하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교선 연구관도 “아로니아가 블루베리보다 나무도 잘 자라고 병해충에도 강하기 때문에 재배하기는 쉽다. 문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다. 가공산업으로 넘어가면 주도권을 농가가 아닌 기업이 쥐게 된다. 음료 시장을 봐라. 대기업 음료회사들이 국산 원액을 안 쓴다. 대부분 수입 원액을 쓸 수밖에 없다. 결국은 수입 원액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다. 재배농가들은 수익 구조를 잘 따져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로니아 가공 시장 개척자 ‘팬아시아마케팅’ 이정열 대표
   
   폴란드의 천덕꾸러기가 한국에선 귀하신 몸
   
“폴란드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아로니아가 한국에서 백조로 변신했습니다. 아로니아가 탄닌 성분이 많아 떫은 맛이 강하다 보니 폴란드에서는 다른 식품에 넣는 첨가물이나 식용염료의 재료로 쓰일 뿐 처치곤란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농축액, 과즙음료뿐만 아니라 잼, 사탕, 비누 등 온갖 웰빙 제품의 주인공이 된 것을 보고 폴란드에서도 흥분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지금 한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폴란드산 원액 중 국내 수입량의 80%를 들여오고 있다”는 팬아시아마케팅 이정열 대표는 아로니아의 항산화 효과에 주목, 폴란드를 수차례 오가며 아로니아 원액 수입대행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폴란드가 전 세계 수확량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폴란드 내에서 아로니아의 성분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도 하고 발표한 자료도 많지만 가공식품 개발은 오히려 한국이 훨씬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로니아 나무는 영하 20도의 추위와 5개월간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종자를 뿌린 후 4~5년이면 수확이 가능하고 묘목으로 심은 경우 3년생 이상부터 열매가 열린다. 보통 한 나무에서 10㎏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폴란드에서 아로니아를 수확할 때 보니 전부 기계화돼 있었습니다. 재배 농가들의 규모도 대단위고 트랙터가 나무 사이를 지나가면서 열매를 훑어내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적게 듭니다. 국내 농가도 수확을 할 때 사람을 써서는 가격경쟁력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입니다”라면서 “수입 원액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아로니아가 충분히 생산되고 가격이 맞는다면 국내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로니아 사업이 뜨자 폴란드서도 벌써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아로니아뿐만 아니라 값싸고 좋은 천연 소재 식품들이 많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자라는 허브 일종인 모링가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WHO에서도 아프리카에 영양보충용으로 제공할 만큼 훌륭한 천연 영양제입니다. 자연에는 찾아보면 모링가 같은 천연 소재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 소재들을 개발해서 건강을 도와주는 식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아로니아 사업을 시작할 때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베리 바람을 타고 단기간 내에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습니다”라면서 “아로니아뿐만 아니라 건강기능 식품들을 마치 치료약처럼 광고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단지 건강을 도와주는 음식일 뿐이지 치료제처럼 취급하는 것은 위험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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