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2016년 1월
깃
장하빈
진눈깨비가 불러온 격포 바다
묵은 서책 켜켜이 쌓인 채석강 따라 거닐 땐
단애에 펼쳐진 우산이 나의 깃이었네
우산 위로 튕겨 오르는 빗방울이 나의 깃이었네
저녁나절에 비가 눈으로 둔갑하고
떨어지는 눈송이 받으려 이리저리 허둥거릴 땐
허공에 헛손질하는 두 팔이 나의 깃이었네
사자 갈기 세운 눈보라 휘몰아치는 적벽강 언덕 위
꿈꾸는 다락방에 깃을 들였다네
절벽 아래 흐느끼는 파도소리
들창문 열어 방안으로 몰래 들였다네
파도를 안고 엎치락덮치락하다가
새벽녘 또 한 차례 격랑이 품속으로 파고들 땐
그 슬픈 날갯짓이 나의 깃이었네
창문 틈새로 깃 달린 아침 햇살 비껴들자
파도의 자취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지러운 머리맡엔 붉은 조약돌 놓여 있었네
그 둥글고 따스운 새 알이 나의 깃이었네
부안 격포 앞바다 채석강에서 2016.1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성부 (0) | 2017.02.14 |
---|---|
느리게 또 느리게/이규리 (0) | 2017.01.10 |
각(刻)/조경선 (0) | 2016.12.08 |
벚꽃, 아프다 / 이규리 (0) | 2016.11.19 |
벚꽃/조향순 (0) | 2016.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