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꿈은 꿈대로/조향순

서해기린 2011. 10. 23. 19:46

 

 

 

 

꿈은 꿈대로

 

 

여기가 어디라고,

너는 참 겁도 없어.

 

'적절한 관계'인 사람도

아주 가끔씩인 방에,

'부적절한 관계'의 너는

거의 매일 밤 들락거리며

온갖 간섭을 한다.

 

내 머리에 꽃을 꽂아 주기도 하고

어딘지 모를 곳을 손 잡고 가기도 하고

항상 그랬던 사람처럼

예사로이 옆에서 자고 있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보고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라고

뜨겁게 투덜거리기도 한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지만

도대체 빗장이 없으니

난들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만 니 마음대로 사랑해.

꿈은 꿈대로 그냥 둘 거야.

 

-조향순-

 

 

 

조향순 시인

경북 청송 출생

1977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전 중학교 국어 교사

시집 <꿈은 꿈대로>, <풀리는 강가에서>

산문집 <말 붙잡기>, <빈 자리에 고인 어둠> 등이 있음.

 

 

 

사랑을 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겠지요.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고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꿈에서나 가능한 그런 사랑, 

참 애틋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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