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효자가 될라 카머/이종문

서해기린 2011. 10. 28. 11:08

 

 

 

                                                                                                                                                                                                  -금오산 금오지 입구-

 

 

 

 

아우야, 만약 니가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하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김선굉 시인의 말/이종문-

 

 

 

이종문 시인

경북 영천 출생.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저녁밥 찾는 소리』,『봄날도 환한 봄날』,『정말 꿈틀, 하지 뭐니』외 다수

역류 동인 활동 시집 다수

 

정말 그럴까?

이 시를 읽으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만일 나에게 내 아들이 그런다면 나 역시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더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졌을 때 그러면 달라질까 모르겠다.

늙으신 어머니에게 다 큰 아들이 그러는 것은

母子 사이를 가로막는 작은 그 무엇도 없다는 친밀감의 표현일 게다.

되돌아보면 한몸이었던 그들

다시 한몸일 수는 없겠지만

늙고 쇠잔한 어머니를 보며 느꼈을 안스러움에

일부러라도 어리광짓을 해서

보다 더 가까이 가고픈 가슴속을 

비춰 보이는 것일 게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김선굉 시인의 말을

시로 옮긴 이종문 시인의 재주가 놀랍다.

아마도 그는 효자가 되고싶었든지

아니면 위의 시대로 하자면 불효자라서

이런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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