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북시인 백석, 그는 고향이 평안도 정주로, 고향에 내처 살았다.
1995년에 84세를 일기로 실제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서 월북시인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그의 불후의 명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소개한다.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홀로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힌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는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당시 맞춤법 그대로 옮김.
*마가리는 오두막집이라는 뜻
<백석과 흰 당나귀> -이설-
이 시는 1938년 3월 잡지 "여성(3권 3호)"에 실린 시다. 나타샤는 1000억대의 요정을 법정스님에게 헌사해 길상사라는 절을 만든 기생 '자야'를 일컫는 것이다.
천재시인 백석은 1934년 24세에 조선일보에 입사, 25년에 친구 허 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평생의 구원의 연인 '란'이라는 여성을 만난다. 통영출신의 이화여고생 '란'은 백석의 온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백석의 동료기자 신현중과 결혼한다. 그는 평생동안 '란'을 구원의 여인이라 했다고 한다. '란'의 결혼 후, 신현중 기자의 집에서 '란'과 다시 한번 조우했다는데.
실연의 슬픔을 뒤로 하고, 1936년 백석은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로 부임한다. 그리고 그해 가을 선생들과의 회식 술자리에서 '자야'라는 기생과 만나 동거한다. 두 연인은 백석 부모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1938년 3월 27세의 나이에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당시 장안의 화제가 대단했다고 한다. 당대에 인정을 받지 못했던 소월과는 달리, 그는 당대의 인기 시인이었다. '비시'라는 그의 시 스타일 탓도 있었지만, 그의 외모도 한 몫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평론가들은 그의 '비시'에 대해 매우 높게 평해 '천재'라고 칭하길 주저하지 않으며, 현재 시인 안도현이 그나마 그의 쟝르를 잇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백석은 1940년 만주에 정착하면서, 자야에게 "꼭"오라고 했으나 그녀는 차마 가지 못했고. 곧 만주는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땅"이 되었다.이렇게 두 연인은 평생 생이별.
자야가 법정스님에게 1000억대의 요정을 시주했을 때, 한 기자가 물었다. "아깝지 않냐?"고. 그녀의 답변."1000억이라는 돈은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잘라 말했단다.그리고 1933년 당시 22세의 청년 백석이 동경의 명문대학인 청산학원 3학년생으로 하숙했던 집의 주소가 동경 길상사 1875번지였던 사실을 아는가?
창밖에 눈이 싸여 있는 고요한 연휴.위키기자 중 누가 백석의 시에 잘 어울리는 음악 좀 배경으로 깔아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애절한 러시아 음악으로. 그는 푸쉬킨의 수 많은 작품과 시를 번역했다.
*참고로 백석은 "푸쉬퀸 선집-시편'에서 짜르스코에 마을에서의 추억, 쓰딴스, 작은새,겨울밤,겨울길,젖엄마에게,슬프고 가없는 이 세상 거친들에서,겨울아침,고란한 길거리를 내 헤메고 나면,깝까즈,한 귀족에게,보로지노 싸움의 기념일,순례자등의 시를 번역헸다.러시아에서 최고로 추앙받는 시인이니, 푸쉬퀸의 시를 읽어보는 것도 긴 긴 겨울을 지내는 좋은 방법은 아닐까?실제로 러시아를 가면 푸쉬퀸의 시를 새겨 넣은 많은 기념품을 판다. 백석은 이외에도 러시아 작가 시모노프의 '낮과 밤',솔로호프의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웠다' '고요한 돈강', 파블렌코의 '행복'을 번역 출간햇다. 백석은 그 스스로를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하니 살도록 태어났다"고 고백했던 시인으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로 시작하는 것도 그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1930년대 말,이 땅에서 시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은 그의 시를 암송하며 자신의 고달픈 인생과 사랑, 삶을 노래했다.
-뉴스나이테, 위키트리에서_
요즘 재북작가 백석에 빠져 있다.
향토적이고 이야기가 있는 서사시를 쓰는 그를,
처음에는 당국이 한국전쟁후 월북한 것으로 잘못 판단해 그의 시를 금서목록에 넣었다가 6공화국에 와서야 해금되어
우리나라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그 덕에 나도 두꺼운 백석전집 한 권을 사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백석시전집이 나오자 '김자야'라는 대원각 주인 김영란 할머니가 <내 사랑 백석>이란 에세이집을 내놓아 둘의 사랑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자야'란 이름도 이태백의 수자리 간 임을 그리는 <자야오가(子夜吳歌)>란 시에서 따와 백석이 지어 준 것이라 고백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신은 학교의 일과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망치듯 나의 하숙으로 바람같이 달려왔다.
우리는 새삼 그립고 반가운 마음에 두손을 담쑥 잡았다.
꽁꽁 언 손을 품속에 데워서 녹이려 할 양이면 난폭한 정열의 힘찬 포옹, 당신은 좀처럼 풀어줄 줄을 몰라했다."고 백석 시인이 잠시 내려가 있던 함흥에서의 로맨스를 털어 놓았다. 그녀의 고백에 따르면 눈과 흰당나귀와 나타샤라는 순백의 이미지의 아름다운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바로 그녀에게 바쳐진 것이다.
위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워낙 명시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애송되고 있다.
물론 나도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눈 내리는 산길을 흰 당나귀 타고 나타샤와 같이 가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맨위에 올린 그림은 이 설이 그린 것으로 위 시를 보고 그린 것이니 검색하다가 발견해 바로 옮겨왔다.
그림도 무척 마음에 든다.
다음의 시도 좋아서 가져와 봤다.
산(山)비/백석
산(山)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켠을 본다
산에 산비가 내리니 산뽕잎에 빗방울이 떨어졌겠다.
뽕잎이 흔들렸을까? 뽕잎에 빗방울이 튀었을까?
멧비둘기가 나니 자벌레가 고개를 들어 멧비둘기쪽을 본다는 것인데
싱그럽고 생동감이 넘친다.
짧은 시지만 산비 내리는 산의 모습을 보는 듯 현장감이 있다.
통영 출신의 '란'이란 여자를 사랑해서인지 '통영'을 제목으로 한 시가 세 편이나 되는데
그 중 대표시 하나만 가져와 소개한다.
통영/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장은 갓 같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것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아장수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로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늘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 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지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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