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 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 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와유(臥遊)/안현미
[소통의 월요시편지-307호] 배달부 박제영 시인은
이 시에는 해설이든 뭐든 혹여 덧붙일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취하라고 합니다.
도저히 말을 덧붙일 수 없는 시라고 하네요.
네, 그냥 취하겠어요. 그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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