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정경해
햇빛이 이마를 짚어줄 때 그 눈 따갑다고
바람이 어깨를 토닥일 때 거친 손길 성가시다고
귀 막은 고슴도치로 불온不溫한 바늘만 세웠습니다
햇살의 붉은 팔뚝에 칭칭 감겨 마른 목 헉헉 대고
바람의 독설을 견뎌야 한 뼘씩 자란다는 걸,
오늘에야 알아듣습니다
말씀 고요한 방은 이제 온기가 없습니다
늦은 밤,
빗방울이 오래도록 창문을 두드립니다
잘게 부서져 내리는 저 소리,
그곳에서도
당신은 제 걱정뿐인가 봅니다
-『학산문학』 2020년 봄호
정경해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시집 『가난한 아침』 『술항아리』 『미추홀 연가』 『선로 위 라이브 가수』
시 산문집 『하고 싶은 그 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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