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잔소리 / 정경해

서해기린 2020. 4. 1. 23:32

잔소리



정경해


 



햇빛이 이마를 짚어줄 때 그 눈 따갑다고


바람이 어깨를 토닥일 때 거친 손길 성가시다고


귀 막은 고슴도치로 불온不溫한 바늘만 세웠습니다


햇살의 붉은 팔뚝에 칭칭 감겨 마른 목 헉헉 대고


바람의 독설을 견뎌야 한 뼘씩 자란다는 걸,


오늘에야 알아듣습니다


말씀 고요한 방은 이제 온기가 없습니다


늦은 밤,


빗방울이 오래도록 창문을 두드립니다


잘게 부서져 내리는 저 소리,


그곳에서도


당신은 제 걱정뿐인가 봅니다




-『학산문학』 2020년 봄호



정경해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시집 가난한 아침 술항아리 미추홀 연가 선로 위 라이브 가수

시 산문집 하고 싶은 그 말  등이 있음

kore62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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