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께냐 / 용창선

서해기린 2021. 2. 16. 17:57

한 사람을 잊는 데에 한 평생이 걸렸다

뜨거웠던 몸과 다리 싸늘히 식고나면

연인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서 부는 피리

 

그대가 오신다는 바람결에 꽃은 핀다

외롭게 걸어왔던 이번 생의 부은 발등

그리운 이름 부르며 무릎 꿇고 앉은 밤

 

온 생을 기다려온 다리뼈에 구멍 내어

절뚝이며 걷듯이 외로움을 채우면

쓸쓸한 입술 속에서 다시 피는 당신 이름

 

 

 

『오늘의 시조』 2020, 제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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