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해남>, <개와 달> / 최영효

서해기린 2021. 4. 12. 13:22

   '한국시조대상' 2021 수상작

   <해남>외 1편 최영효


   ♤♧


      땅끝 앞 돌섬 위에 저 소나무 꼴깞 좀 보소 뒤틀려 휘어져서 어덜 보고 있는감요

      지금 니 거기 선채로 날 기다리고 있었구마이

      그냥 칵 죽으면 될 걸 죽지 못해 살고 있지라 이 뺨 저 뺨 오지게 맞고 막판에 울러 왔지라

      사는 게 끝은 있어도 까닭은 없는 게비여

      끗발이 죽었분디 뭔 일이 됐것소만 잘못 만난 때는 있어도 잘못 태어난 사람 없지라

      여그가 땅끝이라도 시작은 인자부터요


      <해남> 전문 /최영효



   ♤♧


      미친 개, 달을 보고 한밤 내 컹컹댄다 내가 뭘 잘못했나 저만큼 뜬 달 멈칫 섰다 동네 개 삼이웃 불러 품앗이 합창을 한다
      미친 개에 물리면 미치거나 죽는다는데 미친 개는 미친 개를 먼저 알아 물지 않고 미친놈 미친놈끼리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물리고 물어뜯고 등 돌리고 사는 일쯤 먼 옛날 옛적도 아닌 요즘 사는 일이라서

      내가 뭘, 또 잘못했나, 서둘러 도망가는 달



      <개와 달> 전문 / 최영효


   2021. '한국시조대상' 수상작
   출처 《시조시학》2021년 봄호


   최영효 시인은 위 시조 <해남>과  <개와 달> 두 편으로 2021년 '한국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이지엽, 정일근, 최한선 시인은 심사평에서 자유시를 능가하는 비틀기와 재미성을 높이 평가했다.

 

 

최영효 시인

1999년 《현대시조》 추천. 200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김만중 문학상. 천강문학상. 형평문학(지역)상.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대상 수상

시조집 『무시로 저문 날에는 슬픔에도 기대어서라』, 『노다지라예』, 『죽고못사는』,

『컵밥3000 오디세이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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