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은 으슬으슬 추웠어
어떤 말도 하지 못한 눈발이 퍼부은 날, 빈속을 헤집고 다닌 해고 문자 알림 소리 밤새도록 휘날린 한기에 떨었지 문밖에 선 채로 눈사람이 되었다가 눈 밖으로 밀려날까 얼음이 되었다가 입안에 머금은 채 울먹울먹 삼킨 말들 가루가 된 시간들을 탈탈 털어 마셨어 아이는 집 안에서 홀로 울고 있었고 기한을 훌쩍 넘긴 독촉장을 모아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털어넣는 알약들, 흘러내린 슬픔마저 얼어붙은 밤이 가고
허공에 흩날린 꿈도 다 사라진 겨울 아침
《시조시학》 2021년 봄호
이송희 시인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 수상, 아르코와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외, 평론집 『경계의 시학』 외, 연구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 그 외 저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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