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영화의 흥행이 수상하다.
어제 7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찌기 지난 설날에 시어머니와 남편, 딸과 함께 봤던 영화로
재미있고 코믹하면서도 현대가족의 상황에 낯설지 않은 고부사이와 모자사이
그리고 조손간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온다.
<마이 파더>의 다니엘 헤니와 <도가니>의 공유까지 충무로 대표 미남 배우들을 단숨에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려 놓은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남다른 '신의 한 수'는 <수상한 그녀>에서도 빛을 발했다.
젊은 오말순(나문희) 역 '오두리' 심은경의 줏가가 대단하다.
혼자서 어렵게 키워 성공한 아들,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分)은 아들자랑이 유일한 낙이다.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매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
주름진 할매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 먹는다.
이렇게 해서 스무살 꽃처녀가 된 칠순 할매의 빛나는 전성기가 시작되는데
더 얘기하면 재미없어지니 여기까지.
웃음보따리가 터지고 가족애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던 노래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 , '빗물'이 나와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
요즘 매체에 이 영화의 영향인지 위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나문희는 오랜동안 영화나 TV에서 봐 왔던 연기파로 어제 종방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도
'육이오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에~효효효!'란
유행어를 낳게 한 검증된 연기력의 소유자다.
심은경은 영화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바 있다.
이번에 스무살로 회춘한 젊은 나문희역을 맡아 <오두리>란 이름으로 보컬의 멤버가 되는데
젊은시절 오드리 헵번을 좋아해서 '오두리'라 이름짓고 헵번 스타일의 뽀글한 복고풍 머리에
땡땡이 무늬 원피스를 즐겨 입으며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펼친다.
노래솜씨 또한 청아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김현숙, 아이돌 그룹 'B1A4'의 멤버 '지하'역의 진영,
모두 맡은 역할을 잘 소화했다. 성동일은 그동안 해왔던 코믹한 역할을 버리고
진지한 연기를 선보여 반전에 성공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출산드라'란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현숙의 자연스럽고 튀는 연기도
박인환과 호흡이 잘 맞아 영화를 맛깔스럽게 했다.
관객의 대부분이 가족단위로 보였는데 주로 엄마와 딸이 손잡고 온 듯 햇다.
팔순의 내 시어머니는 설날이라 식솔들 맞으시느라 피곤하신듯 깜빡깜빡 졸다 보다 하셨지만
나중에 여쭤 보니 대부분의 줄거리는 다 알고 계셨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젊은 남자에 주목하라.
헬멧을 벗으면 환호와 탄성이 터진다.
압권이다.
흐흐흐.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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