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뼈다귀 해장국에 대하여/이성목

서해기린 2011. 6. 27. 11:41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이성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 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를 거두어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우거지 덮어

불룩해지는 뚝배기 속을 보라

뼈는 입김을 뿜어 그대 얼굴 뜨겁게 만질 것이다.

마음이 벼랑 같아 오금을 접고

캄캄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정강이뼈 쓸어안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보잘것없는 뼈마디 하나가

얼마나 뜨거워지는 것인지 모른다.

뚝배기 두 손을 모아 감싸는 경배

그 손바닥 가득 번지는 것이

몸을 다하여 그대 만나려 하는 뼈의 몸짓이다.

그래서 뼈는 뜨거운 것이다.

한때 나도 여자의 등골을 빨아먹으며 산 적이 있다.

무슨 짐승인지도 모를 뼈를 발라내어

뜨거운 신음을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서

몸 속 가득 뼈를 숨겨 놓고 살 냄새 풍긴 적 있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뜨거운 눈물에 뼈를 먼저 적셔라

뼈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진국이다.

 

 

            이성목

1962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는 <남자를 주겠다><뜨거운 뿌리> 등이 있다.

[도서11번가 제공]

 

 

 

***뼈다귀해장국에 이런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이야.

 

'뼈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진국이다.'

'뼈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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