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조경선
아버지 묻고 내려가는데 헛기침 들린다
돌아보니 노인 하나 웅크리고 앉아서
맨살의 마른 알몸을 붉은 노을에 씻고 있다
임종을 혼자 지켰다는 듯 귀신새가 운다
유언을 토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쏟아낸 암 덩어리 움켜쥐고 한 사내 저물었다
저 북쪽 어딘가에서 봄꽃이 다시 피고
30대의 모습 그대로 어머니가 손짓한다
먼 곳이 반세기 만에 가까운 곳 되려한다
못난 아들 발걸음이 팍팍하게 무너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들꽃의 처연이 깊다
그 어떤 설움으로도 배웅이 될 수 없는데,
- 2014 천강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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