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황성진 시인편
21세기시조동인 12집
《보고 싶다는 말》은
2020년 12월 [고요아침]에서 출간되었다.
이송희 시인을 비롯한 10명의 신춘문예 출신 황성진, 이석구, 조성문, 노영임, 임채성, 김남규, 김보람, 박성민, 김영란 시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시조단에서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시인들이다. 실린 순서대로 여러 날에 걸쳐 두세 편씩 소개할 생각이다. 나는 이런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며 옮기며 또 배우게 될 것이다.
동인 시집의 제목 《보고 싶다는 말》은 '동인들이 뽑은 동인 작품상'을 받은 김보람 시인의 시 제목이다. 이 작품은 나중에 따로 소개하겠다.
12란 숫자에 대한 인상적인 머리말도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보니 12란 숫자가 보통 숫자가 아니었네.
♤♧
환절기 / 이송희
유행 지난 옷들을
수거함에 넣는다
보푸라기 떨어져 나간
마음이 떠다닌다
얇아진 나의 몸에서
풀려나온 줄 무늬
♤♧
/2020년12월 출간 당시의 신작/
블랙아웃 / 이송희
텅 빈 몸속엔 검게 핀 먼지뿐
흐릿해진 문장을 손끝으로 짚어가며
지하에 감긴 눈들을
흔들어 깨운다
난간 없는 계단은 하염없이 흘러내려
핏발 선 눈동자들 바닥에서 신음한다
꺾이고 접힌 몸마다 꿈틀대는 손가락들
야윈 목을 졸랐던 오월의 밤들이
머리채 휘어잡고 끌고 온 이곳에
얼룩진 비명 하나를
촘촘히 새긴다
♤♧
/2019년 발표작/
커튼콜 / 이송희
그러니까 그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바람이 멎은 데다
소리마저 끊겼던
파도만 박수갈채로 밀려왔다 떠났다
텅 빈 객석 뒤로 한 채 그들은 흩어졌다
거미줄 친 기타와 아무데나 펼쳐진 악보
그들은 눈을 감은 채
우리를 반겼다
퉁퉁 불은 컵라면과 정체 모를 약봉지
사연 없는 유서를 몸에 품고 다녔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은
당신들의 무대에
♤♧
이송희 시인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및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신인상과 오늘의시조시인상. 시집 '수 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 '이태리 면사무소' , '이름의 고고학', '아포리아 숲', '환절기의 판화'. 평론집 및 학술서 '경계의 시학', '길 위의 문장' , '아달린의 방' , '눈물로 읽는 사서함' , '현대시와 인지 시학' 등이 있음.
poetry2003@naver.com
♤♧
갱년 / 황성진
눈을 감고 석벽에 기대어 보면 알겠다
눈물도 뿌리침도 없이 살아온 지난 날
새로 쓴 손익계산서 아래
매달려 있음을
♤♧
/2020년 12월 출간 당시의 신작/
중산층 / 황성진
바짓가랑이도 달아올라
벌겋게 열을 냅니다
전염병이 돌거나 말거나,
이 여름
화채에
술 꽂아 먹으면
중산층 아닌가요?
♤♧
/2019년 발표작/
간월암 가는 길 / 황성진
삶이 어쩌면, 뭍이기도 섬이기도 한 것 같다
저기 서해안 간월도 간월암
세 번을 찾아 간 끝에 겨우 한 번 만났다
세상 이치를 몰라서 물때를 잘못 만나서
집어등 매달아 놓고 켜지도 못한 세월
두 번은 섬이었다가 한 번은 뭍이 되었다
오늘 처음으로 서해 먼 길 암자에 들어
뭍에서 만나 섬이 된 사람과
하늘 끝 복판 가득한 달빛을 본다
♤♧
황성진 시인
충남 태안 출생. 200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태배'.
sjhwkr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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