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얘기

오늘의시조 시인회의 총회 참석(2021.11.30에 sns에 올린 글)

서해기린 2021. 12. 10. 17:18

제16회 오늘의시조문학상 수상작 
 
 
과수밭의 詩 / 임성구 
 
 
창원 북면 단감밭에서 시인의 감感을 딴다
빛깔 곱고 제일 큰 것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자연의 당도를 훔치고픈
간절한 열망이다 
 
다디단 감의 감정을 독파한 새들이
콕콕 쫀 가을 문장 크게 한 입 베어 먹는다 
 
좀처럼 오지 않던 은유
한 광주리로 와 있다 
 
 
♤♧ 
 
 
제16회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작 
 
 
노도, 편지 / 백윤석 
 

  갈 길 바쁜 피난길에 보름달이 찼다지요 눈치 없이, 무람없이 뱃전 왈칵 쏟은 달빛 첨부터 난장입니다, 고개 들 길 없습니다 청상의 몸, 가린 치마 그 헛헛한 그늘 속에 눈 못 뜬 병아리 둘 그러구러 앉혀 놓고 천자문 쪼는 소리가 돌담 쩌렁 넘습니다.

  새나가는 등잔불을 길쌈 손끝 움켜쥐고 비단 몇 필 냉큼 끊어 서책과 맞바꾸던 어머니, 눈부신 혜안 햇살보다 밝습니다 땔감 걱정, 끼니 걱정 치마폭 속 가립니다 행여나 알게 될까 바람도 와 입을 막고 내 안에 대竹가 핍니다. 굽힘 없는 대가 핍니다.

  깊은 속내 못 따르고 훌쩍 키만 자랍니다 각진 모 공글려서 지나새나 공글려서 어사화, 늦게 핀 꽃이 이별 그, 서막이라니 대쪽같이 뱉는 직언 파란 하늘 구름 일고 서슬 퍼런 유배의 길, 어머니 뵙던 날에 재 넘어 배웅하시던 모습, 잊지 못합니다.

  노도에 달이 뜨면 내 안에도 달이 떠서 자꾸만 그늘지는 마음 한편 다잡고서 긴긴 밤 먹을 갑니다, 동지 밤도 짧습니다 읽으실까, 즐기실까 단숨에 쓴 구운몽을 졸리는 눈 부릅뜨는 호롱불 가다루시는 어머니 웃음소리가 파도로 와 수군댑니다.

  둥근 달 속 엄니 얼굴 방긋 그리 웃으시던 날, 꿈속에도 그리 그리던 아버지 뵙던 날에 하늘이 울던 이유를 나중에야 듣습니다 처소 심은 매화나무, 생기 돋던 두 그루가 내 대신 드러누워 시름시름 앓습니다 마주한 코 앞 육지가 천 길 만 길 거리라니,

  가을비 천둥번개가 하늘 갈래 찢습니다 열망하던 해배소식 그 의미도 찢긴 길섶 넋 놓아 울 도리밖에, 바다 저리 넘칩니다.


  ♤♧ 
 
  어제 오늘은 바람이 세지 않고 따뜻했다. 미세먼지도 별로 없었다. 지난주말에는 '오늘의시조시인회의'의 1박 2일 세미나가 있어 진해 이순신리더쉽국제센터에 가서 신입생 신고식을 했다. 경남문학관도 탐방했다. 사당에서 출발하는 임대 버스를 타고 왕복하는 바람에 편하게 갔다오고 기라성 같은 선배 시인들과 자연스레 얼굴을 좀 익힐 수 있었다. 이름만 듣던 심사위원분들도 계셨는데 모두 잘 대해 주셔서 고마웠다.  
 
발표 1,   [시조 대중화를 위한 창의적 통섭과 융합]이란 제목으로 이근택 교수의 발표가 있었고  
 
발표2, [시조는 무엇을 원하는가 : 시조의 미래, 미래의 시조]란 제목으로 김남규 시인의 발표가 있었다.  
 
  두 발표뿐 아니라 세미나 내용은 전체적으로 알차고 모든 준비사항도 정성이 느껴지고 만족스러웠다.  
 
식전 행사로 테너와 바리톤의 무대가 있었고 식후로는 가수가 대중가요를 불렀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숙소 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배가 떠 있고 섬인지 산인지 보이느니 한마디로 다도해 풍경이었다.  
 
  시조의 오스카상이라 할 수 있다는
  '오늘의시조문학상'은 임성구 시인의  <과수밭의 詩>가 '오늘의시조시인상'은 백윤석 시인의 <노도, 편지>가 수상했다.  축하드린다. 
 
  생애 첫 시조집을 발간한 시인들을 축하해주고 
 
   '나는 이 작품, 이렇게 썼다'라는 주제로 두 분의 발표가 있었다. 
 
 
  신입생은 간단한 인사를 해야 했는데 그냥 좋은 시조 모임에 들어와 영광이다 잘 이끌어달라고 하려 한 것이 맨 꼴찌로 하다 보니 앞에서 모두 멋드러진 인사말을 하는 바람에 나는 순간적으로 클났네, 뭐라 하지? 하다가 색다르게 하자고 나도 모르게 앞에서 들은 강의 내용을 언급하며 라임을 맞춰 현대식 시조를 써 보고 싶고 기존의 틀을 깬 이미지 형식의 실험시를 써보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잘 될지 모르겠는데 진짜 그렇게 써 볼 생각이다.  
 
  나는 5층 맨 끝방에서 10살 정도 언니뻘 되는 선생님들과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두 분은 온돌방에서 주무시고 나는 침대가 있는 방에 혼자 자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내가 젊어서 젊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젊은 사람이 되어 환영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참 신기했다. 아무튼 좋아해 주셔서  다행스러웠다. 하긴 나도 풋풋한 젊은이들 옆에 가면 그 싱그러움이 폴폴 날아오는 것 같고 참 좋지 않았던가.   
 
 경남문학관의 자료들은 참 훌륭해 보였다. 잘 정리되어 있었고 안내도 잘 받았다. 작고한 문인, 출향문인, 도내거주문인으로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문학관을 건립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자료를 모으고 유지하는데는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열정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경남이 낳은 유명 작가로는 소설의 박경리 선생, 시의 청마 유치환, 김춘수 시인, 시조의 노산 이은상, 초정 김상옥 시인이 우선 떠올랐다. 귀중한 자료로는 대표적인 게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시집인 김 억의 《오뇌의 무도》와 오래된 시집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 있었다. 
 
이동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남쪽이라 확연히 달랐다. 동백이 피어 있는가 하면 피려고 준비하기도 하고 소철 같은 이국적인 나무가 눈에 띄기도 했다. 잘 다녀왔고 의미있었다. 
 
 
https://youtu.be/RVMO7R6RVSU
이은상 작사.김동진 작곡.박인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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