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봄
김성희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삶에 예외적인 순간에도
한계를 모르는 발톱은 자라난다
늘 꽃 피기를 바라는 나의 모퉁이에서
햇볕도 없이 붉어지는 매니큐어
하마터면 봄의 핏방울로 허공에 반사될 뻔 했다
그러니 피어라, 봄
사소한 한 개의 빛으로 수없이 많은 나를 쪼갠 관념들
나의 청춘은 캄캄한 뇌우에 지나지 않았으나*
한 무리 빛을 몰고 오는 오랑캐꽃처럼
심장에 당도할 보랏빛은
차라리 홀가분한 생의 빛깔이다
그러니 피어라, 봄
현관문을 열면 수북한 꽃잎의 눈동자
인공의 감정에도 율동하는 몸짓의 과잉은
나의 가냘픈 지금을 재촉하지 않을 것이다
* 보들레르의 시
시집《나는 자주 위험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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