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풀리는 강가에서/조향순

서해기린 2012. 4. 6. 11:58

 

 

 

 

 

            풀리는 강가에서

 

 

왜 벌써 용서하려구

조금만 더 얼어주면 안되겠니

조금만 더 미워해주면 안되겠니

꽁꽁 얼었을 때가 얼마나 좋아

사랑했으니까 꽁꽁 얼었지

젊었으니까 꽁꽁 얼었지

용서는

사랑이 아주 끝날 때 오는 것

바보야 바보야

그러니까 우리 사랑이 끝난 거야

우리 청춘이 가는 거야

 

     - 조향순-

 

 

 

 

얼어 있고

미워 하고 하는 모든 것이

사랑을 할 때 오는 것 맞지요.

풀리고 용서했다는 것은

사랑이 끝났다는 말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얼고 미워하는 마음들도 같이 붙어 간다고 봐야 하겠지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아직 풀리지 않은 무엇이 있다는 말일 거에요.

다 풀면 이미 사랑이 아닌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