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마음이여/이상국

서해기린 2012. 4. 10. 01:10

 

 

 

 

 

마음이여

쓸데없이 돌아다니다가

피곤하니까 돌아온 저를 데리고

나는 자전거처럼 가을에 기대섰다

 

구름을 보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가면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여

때로 세상으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내가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하면

늘 알아서 하라던 마음이여

 

저는 늘 내가 아니고 싶어 했으나

내가 아닌 적도 없었던 마음이여

그래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슬픔이 있고

저 산천에는 기다리는 눈 비가 있는데

 

이까짓 지나가는 가을 하나에

저나 나나 속을 다 내보이지는 못하고

오늘 하루쯤 같이 지내면 어떠냐니까

그렇게 하고자 하며

내 어깨에 제 몸을 기대는 마음이여

 

- 이상국 -

 

월간 <현대시학> 2012년 1월호

 

 

 

 

 

내 마음 나도 알 수 없을 때가 많지요.

              분명 내 안에 있는데 따로 놀 때도 있고

다시 돌아와 위로해 주기도 하고

마음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친구,

그런데 마음은 나보다 여린가 봐요. 

내 어깨에 제 몸을 기대는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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