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을 개봉하자마자 봤다. 영화관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한 탓일까 영화를 자주 본다. 주말마다 한 편씩은 본 셈이다. 베를린은 류승완 각본,감독의 드라마가 곁들여진 액션 영화다. 사랑과 감정이 살아있으면서도 액션은 훌륭하다.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도시, 베를린에서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
그 곳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그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한편 표종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는 그의 아내 연정희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숨통을 조이고, 표종성의 모든 것에 위협을 가한다. 표종성은 동명수의 협박 속에서 연정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녀를 미행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드라마와 감정이 살아있는 진짜 액션,이라 했다는데 맞는 말이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감이 느슨해지지 않는다. 경력이 화려한 배우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랜만에 보는 한석규, 자주 나오지만 늘 대박을 터뜨리는 하정우, <도둑들>에서 예니콜로 존재감을 과시한 전지현, 이번에 악당을 잘 소화한 류승범, 이들의 연기는 단연 갑(甲)이다.
도둑들에 이어 이번에도 대박은 전지현이다. 도둑들에서 톡톡 튀는 발랄, 섹시함을 연기했다면 베를린에서는 단아하고 깊은 내면의 연기를 선보인다. 이북사투리까지 완벽해서 도무지 흠잡을 데가 없다. 나는 전지현에 매료되었다. 여자가 여자에게 이렇게 빠져도 되는걸까. 미모며 비쥬얼, 연기까지 접수해버린 전지현은 CF에서도 잘 나가는데 영화마저 점령해버렸다. 그녀가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자기시대를 열어갈는지 자못 기대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옆지기에게 물어봤다. 그는 권력투쟁중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렇다면 죄없이 누명을 쓰고 죽어간 억울한 영혼들이 너무 불쌍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극이나 중국 사극을 봐도 잔혹한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친다. 얼마는 희생당하고 얼마는 음모를 통해 권력을 잡는다. 어떤 음모는 실패하기도 하고 사전에 발각되어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없이 살인을 하게 되는 사람과 권력을 향한 자기욕망을 위해 간계를 꾸미고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사람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후자가 훨신 많은 죄없는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이다. 세계의 독재자들을 보라. 히틀러와 후세인, 카다피, 그리고 지금의 시리아 대통령 알 아사드까지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권력을 탐하는, 이권을 노리는, 생존을 위한 가공할 만한 음모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계획,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유장한 역사와 음모는 이토록 오래 공존해 오고 있다.
** 아래 기사 인용
‘베를린’ 흥행으로 본 '연기파 배우' 전지현의 재발견
'CF퀸서 연기파 배우로까지…‘
솔직해지자. 톱스타 전지현이 평양 사투리를 이렇게까지 잘 소화해낼거라 믿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는 결과로 말했다.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등 대한민국 최고 연기파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연기력 논란’이란 말은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다. 톱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전지현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가히 흥행 돌풍이다. ‘베를린’의 이같은 흥행에는 탄탄한 시나리오, 류승완표 액션, 100억 원대 제작비를 바탕으로 한 해외 로케이션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히고 있지만,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력은 흥행에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하정우의 액션, 한석규의 절규, 류승범의 ‘날티’ 연기까지 모자랄 것이 없었다. 특히 전지현의 연기력은 업계의 예상을 뒤엎었다는 평이다.
쪽머리로 빗어넘긴 단아한 외모, 고급스러운 평양 사투리, 그리고 내면연기까지. 아픔을 가진 련정희란 인물을 감독의 의도에 맞게 100% 소화해냈다.
특히 생애 첫 도전이었던 사투리 연기를 누구보다 빼어나게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현장에 24시간 상주했던 탈북자 출신의 북한 자문 담당자가 "가장 고급스럽게 잘 소화해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였다.
냉정한 잣대를 가진 업계에서도 호평은 이어졌다. ‘베를린’을 처음 접한 박찬욱 감독이 “전지현 대박”이라고 감탄하는가 하면 류승완 감독 역시 “전지현을 다시 보게 됐다”고 호평했다.

그야말로 CF 퀸에서 톱스타로 그리고 연기파 배우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지현은 “예니콜 같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역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련정희 역을 하면서 내면 연기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연기에 재미를 붙인 전지현이 앞으로 어떤 배우로 거듭날지, 충무로 영화계의 눈이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
사진='베를린' 스틸컷, 허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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