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있으면서도
정녕 함께 하지 못하여
때로는 외로워했다
자연을 닮은 너에게 다가서는 건
차가운 현실의 말미
생각의 생각을 따라 방황하는 밤
가치추구에 대한 열망과
끊임없는 꿈
랩에 싸여진 장미처럼
표출하지 못한 청춘의 덫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
수십 번쯤 되뇌이다
하지 못한 말 사랑해
-임종본-
순수 정서적 정한(情恨)의 미학
인간의 순수한 정서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의 하나는 기억(記憶)이다. 슬픔과 기쁨을 각각 기억한다는 것 또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상상력의 값진 권리이리라. 시인 임종본은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도/정녕 함께하지 못하여/때로는 외로워했다//자연을 닮은 너에게 다가서는 건/차가운 현실의 말미”라고 아프게 고백한다. 우리들의 기억에는 이렇듯 기명(記銘)→보지(保持)→상기(想起)→재인식(再認識)이라는 과정을 거쳐 지난 날 인상(印象)지워진 값진 경험을 다시금 생각헤낸다고 하는 정신기능, 즉 소중한 기억을 누리게 된다. 그러기에 시인은 “랩에 싸여진 장미처럼/표출하지 못한 청춘의 덫//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수십 번쯤 되 뇌이다/하지 못한 말 사랑해”라고 고백을 한다. 이것은 곧 순수 정서적 정한(情恨)의 미학이다.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석좌교수
- 讀書新聞 2013. 7. 28 詩解說. 임종본 / <하지 못한 말>
도서관에서 이 시를 읽고는 한참 동안 생각해 봤어요.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두 번 세 번 읽어 봤지요.
내 얘기 같은 거에요.
함께 있으면서도 정녕 함께 하지 못해 때로 외로워한 적 있고
생각의 생각을 따라 방황하는 밤 가치추구에 대한 열망과 끊임없는 꿈이 있었고
랩에 싸여진 장미처럼 표출하지 못한 청춘의 덫도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 수십 번쯤 되뇌이다 하지 못한 말 사랑해 - 가 다 내 얘기라는 것
얼른 휴대폰 메모장에 옮기고 사십여일 발효시켜 여기 올립니다.
지나간 기억 저편에 저러한 시간 있었음을.
우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정녕 함께 하지 못해 때로는 외롭습니다.
어느 과거의 골목에서 끝내 하지 못하고 보낸 사랑이 있었다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수십 번 되뇌이지만 말고
용기내어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해!' 라고.
사진은 모두 지난 8월에 찍은 구미 지산샛강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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