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은 좁아지고 앞산은 낮아졌네
볕 드는 곳에 옛집은 남아있네
고요한 너럭바위와 내려가는 자그마한 시내
내리덮는 산 그림자와 저녁의 들마루
더 크게 자란 나무는 골짜기에서 내려온 바람을
맞네, 새들은 나무 속에서 무성하게 잎처럼 반짝이네
여름의 우레와 겨울의 눈보라가 움직이며 가는 곳
누나는 여전히 동생을 업고 있고
젊은 어머니는 채소를 씻고 있네
아이는 태어나고 노인은 산으로 가 묻히네
달은 매일 차오르고 매일 이울어가네
장독대 너머 울, 울 너머 대숲, 대숲 너머 능선
능선 아래 편편한 저수지, 저수지 아래 들국
들국 아래 사과밭, 사과밭 아래 붉은 가을
붉은 가을과 마르는 풀숲과 섬돌과 귀뚜라미
앉고 눕던 옛집에 돌아오니 옛시간이 둥글게 둘러싸네
-옛집에 돌아와서 / 문태준-
이 시는 추석 전날에 시댁으로 가는 기차에서 봤다.
코레일 홍보책자에 실린 시다.
내가 살던 옛집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도 이와 비슷했다.
지금 중년 이상이고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나는 눈을 감고 살포시 내 어린 시절 살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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