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커다란 창/이규리

서해기린 2016. 11. 19. 00:01

 

 

                                                                 
   

 

 

            커다란 창
 

 

    이규리

 

 

창이 큰 집에 살면서 되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창이 건물의 꽃이라지만

         나는 누추하여 나를 넓히는 대신

         창을 줄이기로 한다



간절히 닿고 싶었던 건 어둠이었을까

모순의 창

제 안에 하루에도 여러 번 저를 닫아거는 명암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우리가 보려는 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데,

          

          왜 창 앞에 자주 저를 세웠을까

           돌아보면 거기 누군가의 눈이 잇었다고 말해도 될까

         누군가는 나를 다 보았겠지만

         해부한 개구리처럼 내 속을 다 보았겠지만

         창이 왜 낮엔 밖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그리운 것들은 다 죽었는데

         누가 이렇게 커다란 창을 냈을까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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