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시항
이도훈
아침에 일어나면
날짜와 요일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날인지 아니면
당신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날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의 날이 아닌 날들을
열심히 계산하면서 살아가지요.
세 번 거짓말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하루 세 번, 삼십 번
양들의 공포 속에서 살아요.
양의 털은 부풀어 오르는 일을 하고
그 털을 깎지 않으면 죽어요.
그러나 그 털을 깎고
앙상한 당신을 보게 된다면
당신이 죽겠죠.
그런 날들 속에서
출근을 하고, 부서를 배정 받고, 시무식을 하죠.
급여를 받고 승진도 하면서 마지막 여분에는
누구나 의연하고 비겁해지죠.
스스로를 용서하고 떠나버리거든요.
실재하는 슬픔들과 장례절차들만 남아요.
그러니 제발
일어나면 먼저 날짜를 확인하세요.
오늘이 당신의 날인지 아니면
당신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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