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사랑법
이정원
독을 묻었네
마당을 파고 김치독 묻었네
흙에서 난 배추를
흙으로 만든 독에 담아
다시 흙에 묻었네
흙은 독을 발효시키고
독은 배추를 발효시키고
배추는 나를 발효시킬 것이네
맛이 깊어질수록
독은 점점 제 속을 비워
나를 끌어당길 것이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는 독안으로
한없이 꺼져 들어갈 것이네
시집 <내 영혼의 21그램>
천년의 시작 2009.6.20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절(時節) / 정경해 (0) | 2020.07.04 |
---|---|
내 무릎 좀 고쳐다오 / 심승혁 (0) | 2020.06.19 |
공지사항 / 이도훈 (0) | 2020.05.20 |
예의 없는 비명 / 이도훈 (0) | 2020.05.20 |
달걀 / 고 영 (0) | 2020.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