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안개 / 조경선

서해기린 2021. 1. 26. 23:16

이틀 동안 내린 비는 봉우리만 남겨놓고

목적지 없는 걸음으로 서 있는 하얀 거짓말

그 사연 아무도 몰라 물 없는 강이 되었다

 

서성이다 밝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어깨에 달라붙어 널려 있는 축축함은 

잊혀진 과거부터 날아온 바람의 엇박자들

 

나를 스친 부끄러움이 능선까지 흘러갔을까

산책로는 시야와 겹쳐 슬픔을 끌고 간다

때로는 얼룩을 살피느라 하늘도 무겁다

 

 

 

목력木歷』 책 만드는 집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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