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을 낮추면서 그는 나를 나무란다
어두워진 방문이 자꾸 나를 두드리고
퍼렇게 멍든 하늘이
심장을 울린다
어긋난 박자에 시간마저 금이 간다
확신했던 것들도 이제 믿지 못하고
잘 못 본 저녁이 오면
말수가 줄어든다
어둑해진 집 안은 늘 춥고 배가 고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배경화면 그 너머
우리는 모르는 빛깔로
섞여가는 중이다
《나래시조》2020년 겨울호
《나래시조》2021년 봄호 [지난 계절 좋은 시조 Review] 꼭지에 재수록
이송희 시인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 수상, 아르코와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외, 평론집 『경계의 시학』 외, 연구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 그 외 저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
#이송희 #시인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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