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 강문숙
마음을 다해 얽어맨다
나뭇가지가 쓰러지거나 왜곡되지 않게
잡아당겨 고정시킨다. 팽팽하게
바로 자라라
튼튼하게 서 있어라
비가 오고 바람 불어도 너는 쓰러지면 안 된다
중심 없이 흔들리는 건 치욕이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는 건 滅이므로
살아남으려면 이 끈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나뭇가지는 끈의 영혼을 빨아먹고
언젠가 제 하늘을 꿈꾼다
낡아가는 저 끈은 삭은 비애다
보풀이 일고 제 허리의 관절이 무너질 때까지
잉여의 시간으로 슬프다
끈이란 끊어지는 게 가장 아름다운 최후다
나뭇가지를 놓아줄 때가 온 것이다
강문숙 /1991년 《매일신문》신춘문예,《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탁자 위의 사막 》, 《따뜻한 종이컵》,《신비한 저녁이 오다》외. 대구시인협회상, 대구문학상 수상
마음을 다해 얽어맨다
나뭇가지가 쓰러지거나 왜곡되지 않게
잡아당겨 고정시킨다. 팽팽하게
바로 자라라
튼튼하게 서 있어라
비가 오고 바람 불어도 너는 쓰러지면 안 된다
중심 없이 흔들리는 건 치욕이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는 건 滅이므로
살아남으려면 이 끈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나뭇가지는 끈의 영혼을 빨아먹고
언젠가 제 하늘을 꿈꾼다
낡아가는 저 끈은 삭은 비애다
보풀이 일고 제 허리의 관절이 무너질 때까지
잉여의 시간으로 슬프다
끈이란 끊어지는 게 가장 아름다운 최후다
나뭇가지를 놓아줄 때가 온 것이다
강문숙 /1991년 《매일신문》신춘문예,《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탁자 위의 사막 》, 《따뜻한 종이컵》,《신비한 저녁이 오다》외. 대구시인협회상, 대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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