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각개전투 / 김현주

서해기린 2021. 10. 4. 02:27

    인큐베이터 안에서 숨쉬는 애호박, 작은 상자 안에서 자라는 송아지, 도살장으로 가는 황소의 쓸쓸한 눈, 칸막이 안에서 혼술하는 고시생, 빗방울 하나 없는 산꼭대기에서 방주를 짓는 노아, 불탄 노트르담 성당에서 안전모를 쓴 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 텅 빈 성전에서 허공을 치며 설교하는 성직자, 비닐 옷을 입고 돼지트럭을 운전하는 아저씨,

 

   호시탐탐 노리는 적병을 곁눈질하며 각자 벌이는 생의 전투가 치열하다

   불안을 장전한 단 하나의 무기는 흠 없는 마스크,

 

   문상객도 없이 홀로 거두는 최후의 숨을, 자루에 쓸어 담는 검은 그림자

 

   언젠가 불태워질 낙엽, 저 외로운 전투를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데.

 

   

  시집 『유채꽃 광장의 증언

  

 

   김현주 시인

 

   전주 출생

   칼빈신학대, 고려신학대 졸

   2007년 『시선』등단

   시집 『페르시안 석류』 『好好해줄게』 『유채꽃 광장의 증언』

 

   숲속의 시인상,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인들이뽑은시인상 등 수상.

   인천문화재단기금 수혜(2회)

 

   E메일 : wine47@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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