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침묵 속에 찌가 흔들립니다
가문 강바닥을 서성이던 한 울음이 걸렸나 봅니다
부르르 떠는 수면을 물고 제 몸을 한 자씩이나 튕겨
사랑을 고백하던
금기와 배반의 강가,
당신은 아픔을 모르는 물 밖의 아가미입니다
십사 년을 하루같이 세차게 물보라를 덜어내던
그런 물소리가 아직 내게도 있습니다
파문을 그리며 가만히 거슬러 오는
슬픈 어족의 일이란 강물에 눈물을 새기는 일
가문바닥을 헤매다가 영혼의 눈이 십리쯤 들어간
숭어 한 마리,
불꺼진 느티나무제단 위에 놓고 갑니다
몸부림치다가 제풀에 쓰러져 돌 같이
굳어진, 심장에 각을 떠서 어느 뜨거운 가슴 속으로
다시 헤엄쳐 갈 수 있도록
절뚝이면서 돌아서는 사람그림자
울음을 게워내던 강물이 조용히 이별처럼 흘러갑니다.
시집 『유채꽃 광장의 증언』
김현주 시인
전주 출생
칼빈신학대, 고려신학대 졸
2007년 『시선』등단
시집 『페르시안 석류』 『好好해줄게』 『유채꽃 광장의 증언』
숲속의 시인상,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인들이뽑은시인상 등 수상.
인천문화재단기금 수혜(2회)
E메일 : wine47@empas.com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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