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티나무 제단 / 김현주

서해기린 2021. 10. 4. 03:04

느티나무침묵 속에 찌가 흔들립니다

가문 강바닥을 서성이던 한 울음이 걸렸나 봅니다

 

부르르 떠는 수면을 물고 제 몸을 한 자씩이나 튕겨

사랑을 고백하던

금기와 배반의 강가,

 

당신은 아픔을 모르는 물 밖의 아가미입니다

십사 년을 하루같이 세차게 물보라를 덜어내던

그런 물소리가 아직 내게도 있습니다

 

파문을 그리며 가만히 거슬러 오는 

슬픈 어족의 일이란 강물에 눈물을 새기는 일

가문바닥을 헤매다가 영혼의 눈이 십리쯤 들어간

 

숭어 한 마리,

불꺼진 느티나무제단 위에 놓고 갑니다

몸부림치다가 제풀에 쓰러져 돌 같이

굳어진, 심장에 각을 떠서 어느 뜨거운 가슴 속으로

다시 헤엄쳐 갈 수 있도록

 

절뚝이면서 돌아서는 사람그림자

울음을 게워내던 강물이 조용히 이별처럼 흘러갑니다.

 

 

 시집 『유채꽃 광장의 증언

  

 

   김현주 시인

 

   전주 출생

   칼빈신학대, 고려신학대 졸

   2007년 『시선』등단

   시집 『페르시안 석류』 『好好해줄게』 『유채꽃 광장의 증언』

 

   숲속의 시인상, 매일 시니어문학상, 시인들이뽑은시인상 등 수상.

   인천문화재단기금 수혜(2회)

 

   E메일 : wine47@empas.com림자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웃거리다 / 김성희  (0) 2021.10.07
나는 자주 위험했다 /김성희  (0) 2021.10.07
비대면의 저쪽 / 김현주  (0) 2021.10.04
각개전투 / 김현주  (0) 2021.10.04
끈 / 강문숙  (0)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