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아니어도 / 양희영
물그림자 이는 그 물빛 너무 깊어
벌거벗은 두 발이 새봄을 신습니다
맨발이 읽으며 가는 갈피갈피 새재 길
더듬더듬 집 찾는 길섶 통거미와
틈틈이 든 볕살에 시린 발을 녹입니다
제치고 앞서가는 일 가만 내려놓으며
옛길 책바위에 돌멩이를 올리고
산길에 흠뻑 물든 나도 슬쩍 얹어놓고
맨발이 걸어갑니다 지금 꼭 아니어도
ㅡ 양희영 시조 시인의 시집 《물슬천의 아침》에서
내 고향 문경새재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옮겨 보았다. 소풍도 가고 바람 쐬러 가고 하이킹도 가고 기뻐도 슬퍼도 새재에 갔다. 그때 우리는 새재밖에 갈 데가 없었다.
시조 단체에 가입하니 시조집이 자주 온다. 최근에 공감하며 편하게 읽은 시집이다.
#양희영 #양희영시인 #물슬천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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